경기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는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지나던 굴착기에 치여 숨진 이 학교 여학생 A(11)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10일 오후 찾은 추모 공간은 ‘청북읍’이라고 적힌 파란색 천막이 햇빛과 비를 막아 주고 있었다. 천막 내부의 하얀 천으로 덮인 책상 위에는 과자와 음료수, 우유 등 추모객들이 놓고 간 간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과자 사이로 작은 인형도 보였고, 바닥에는 국화꽃이 놓였다. 비를 맞지 말라는 의미인 듯 투명색 우산을 가져다 놓은 추모객도 있었다.
도로 안전 펜스에 묶인 편지에는 “누나 안녕 나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생이야. 많이 아팠지”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않기를 기억할게’ ‘하늘에서 아픔 없이, 고통 없이’라는 메시지도 남아 있었다. 추모 공간 가장 오른쪽에 자리 잡은 조화에는 ‘별이 된 친구야, 그곳에선 안전하길’이라고 적혔다.
메시지를 읽은 추모객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배모씨는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2학년인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아이에게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알려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했다.
학부모 최모씨도 “처음엔 아이들이 무단 횡단한 줄 알았는데 굴착기가 신호를 위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화가 났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 공간은 사고 발생 직후 학교 정문 인근 횡단보도 바로 옆에 설치됐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3~4m 떨어진 곳이다.
사고를 낸 굴착기 운전기사 B(50)씨는 7일 오후 4시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신호를 위반해 지나가던 A양을 치여 숨지게 했다. B씨는 사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가 3㎞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양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지도 못한 채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양과 함께 있던 동급생 C양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B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을 친 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B씨는 지난 8일 구속됐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가중처벌이 가능한 ‘민식이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굴착기는 이 법이 규정한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도로교통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민식이법의 경우 어린이 사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