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공기관장-대통령' 임기 일치 특별법에 공감대

입력
2022.07.10 18:00
6면
우상호 비대위원장 "기관장 임기 '제도'로 풀자"
바뀔 자리-임기 보장할 자리 명확히 구분해야
한국판 플럼북 제정 논의 급물살 타나 주목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에 대한 거취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이를 '제도'로 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 철학과 맞지 않으니 나가라'면서 수사나 감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아예 '대통령이 바뀌면 나갈 자리'를 정해놓아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사이에서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맞추자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입법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우상호 "정쟁 멈추자"… 임기 일치 특별법 제안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새 정부가 자신들의 공약과 정책 노선을 함께 할 인물을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장으로 보내 함께 움직이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감사원 감사나 수사기관을 동원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지, 언제까지 이 문제를 반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사퇴를 거론한 것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는 기관장급 13명과 상임이사, 감사 등 총 59명에 이른다”며 전 정부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 총리의 사퇴 종용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고발 조치를 경고했다. 이날 나온 우 위원장의 제안은 이처럼 여야가 소모적인 정치 공세만 주고 받을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맞추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① 기관장의 임기와 연임 기간을 각각 2년 6개월로 해 대통령 임기인 5년과 일치시킨다 ②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때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우 위원장이 임기제 공무원 대상을 분명히 정한 뒤 이들의 임기를 2년 6개월로 맞춰 대통령이 취임 초에 한번, 집권 후반기 들어가며 다시 한번 임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과 결이 같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우리도 철학이 다른 공공기관장이 계속 (자리에서) 안 나가고, 또 문재인 정권 말기에 (알박기 인사로) 채워놓은 것을 비판해왔다"며 "취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정권 바뀌면 '나갈 자리', 의장 주재 '특위'서 논해야

다만 어떤 자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출지는 제도 도입이 결정되더라도 계속 논의돼야 할 문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행해야 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이보다는 업무 전문성과 중립성이 더 중요시 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임기를 무조건 일치시키는 게 아니라 중립성을 꼭 담보해야 할 기관은 임기대로 가야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대통령의 정책을 자문하는 직속위원장이나 국책연구원장은 대통령과 임기를 맞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 정권의 정책을 입안하는 데 관여한 인사가 국정 철학이 다른 새 정부에서도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결국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대선 후 의회가 차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 리스트를 규정한 '플럼북'(Plum Book·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책)을 공개한다. 집권여당이 되면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시행 시기는 '다음 정권 때부터'로 못 박을 필요도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여야가 국회의장 주재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어떤 자리를 임기에 맞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