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정(27ㆍ대구시청ㆍ155위)이 생애 처음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에서 우승했다.
장수정은 10일(한국시간)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WTA 125K시리즈 노디아오픈(총상금11만5,000달러) 단식 결승에서 리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에 2-1(3-6 6-3 6-1)로 역전하며 정상에 올랐다. WTA 투어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장수정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한국 선수로는 1982년 이덕희가 WTA 투어 포트마이어스 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장수정이 40년 만에 우승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노디아오픈에는 안나 카롤리나 슈미들로바(84위·슬로바키아), 클라라 버렐(95위·프랑스), 레베카 페테르손(96위·스웨덴), 판나 우드바르디(100위·헝가리) 등 100위 내 선수가 4명 나왔다. 장수정은 1회전에서 버렐, 3회전에서 우드바르디 등 '톱 100' 선수들을 연파하고 정상까지 내달렸다.
이번 WTA 125K 시리즈 대회는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지만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 선수들이 다수 참가한 수준급 대회다. 남자프로테니스(ATP)와 비교하면 투어 바로 아래 등급인 ‘챌린저’에 해당한다. 조윤정이 2002년, 2003년, 2006년에 WTA 투어 대회 단식 결승에 세 차례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했고, 장수정이 이번에 WTA 125K 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전까지 장수정의 최고 성적은 2017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125K 시리즈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11일 발표되는 랭킹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순위인 113위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8월 말 개막하는 US오픈에는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장수정은 "윔블던은 본선과 예선 선수들 대우가 굉장히 차이가 크게 나는데, (본선에 아깝게 들지 못해) 그 부분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생애 처음 메이저 단식 본선에 진출한 장수정은 당시 예선 결승에서도 마사로바를 물리치고 본선행을 확정했다. 호주오픈 본선 1회전에서 분패했고 프랑스오픈에서도 예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윔블던에서는 예선 결승인 3회전에서 아쉽게 졌다. 예선 결승에서 패한 선수는 본선 진출자 중 기권 선수가 나오면 본선에 합류할 수 있다. 하지만 기권자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대기 1번’이었던 장수정은 끝내 윔블던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장수정은 당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종일 코트에서 (기권 소식을 기다리며) 살았다”며 “다음에는 꼭 본선에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