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내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단체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10일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야마가미가 경찰서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어머니가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헌금)해 파산했다”며 “(아베 전 총리 등 종교단체와 관련된 사람들을)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애초 종교단체 지도자를 노렸다. 그러나 접근이 쉽지 않자 “아베 전 총리가 이 종교를 일본 내에 확산시켰다”고 믿어 보복 대상을 바꿨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 “그의 정치 신념에 대한 원한 때문이 아니다. 그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이 종교단체가 일본이 아니라 해외에서 생긴 종교이며, 인터넷에는 이 종교단체가 설립한 민간단체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영상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다. 어느 종교인지에 대해선 일본 언론들이 함구하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이 종교의 신자로 등록돼 있다. 이 종교단체의 홍보 담당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오랜 기간 신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경제적 사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이 야마가미의 친척인 70대 남성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야마가미의 아버지는 건설회사를 경영했으나 야마가미가 어릴 때 갑자기 숨져 어머니가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어머니는 종교 활동에 심취해 많은 돈을 기부했다. 야마가미를 비롯한 세 자녀는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이 친척에게 전화를 건 적도 있어, 남성은 생활비나 먹을 것을 주기도 했다. 야마가미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현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전문학교로 진학해 2002년 해상자위대에 입대한 것도 “생활이 곤란해서”였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2002년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나라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고 2009년에는 건설회사를 폐업했다. 이 친척 남성은 아사히에 “야마가미가 종교단체를 계속 원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