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을 한 왼발로 몸을 지탱하며 두 팔을 너울너울하는 춤사위에 흥이 가득하다. 단원 김홍도의 '무동'이 9일 싱가포르 유명 관광지인 마리아나베이샌즈호텔 가운데 건물에 큼지막하게 걸렸다. 전시장은 바로 포털사이트 구글. 그룹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직접 고른 예술 작품을 구글이 세계 6곳에 해당 작품 이미지를 덧입혀 온라인에 제공하는 '방탄소년단 스트리트 갤러리'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한복판에 한국 풍속화를 내 건 전시기획자는 방탄소년단 지민이다. '무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현대 무용과 클래식 발레를 모두 배웠다"며 "춤은 제게 진정한 몰입을 선사하고 해방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림 속 무동이 흐드러지게 추는 춤사락이 각 잡힌 군무에서도 고운 선으로 틀을 깨는 무대 위 지민의 모습과 닮았다.
다른 여섯 멤버는 구글을 통해 각각 서울(RM·정국), 뉴욕(제이홉), 로스앤젤레스(슈가), 런던(뷔), 상파울루(진) 등에 온라인 전시장을 꾸렸다. 제이홉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전시장으로 택했다. 방탄소년단은 이 장소와 인연이 깊다.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 행사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건물에 제이홉은 장바티스트 카르포의 '지니어스 오브 더 댄스'란 조각 이미지를 걸었다. "'춤의 천재' 라니, 저를 말하는 건가요?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하기 전에 저는 수년간 댄스 레슨을 받았고 언더그라운드 댄스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춤을 출 때마다 이 조각상만큼이나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제이홉의 직접 밝힌 작품 선택 이유다.
정국은 서울 강남구 청구빌딩을 전시장으로 낙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 건물 지하 1층에서 '피 땀 눈물'을 쏟으며 데뷔를 준비했다. K팝 간판 아이돌그룹의 요람에 정국은 해리엇 호스머의 '클랩스드 핸즈 오브 로버트 앤드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란 작품 이미지를 걸었다. 정국은 "그룹의 막내로서 방탄소년단과 함께 성장해 왔다"며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을 때마다 다른 멤버들이 제 손을 잡아줬고, 항상 서로를 응원하고 도왔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미술애호가로 소문난 RM은 남대문과 인근 건물을 배경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그의 전시장엔 윌리엄 터너의 그림 '베니스 프롬 더 포치 오브 마돈나 델라 살루테'와 '백자 달항아리 조선'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이날 구글에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영어로 'BTS' 혹은 한국어로 '방탄소년단'을 친 뒤 오른쪽 상단에 뜬 보라색 하트를 클릭하면 보랏빛 풍선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중 마이크가 있는 풍선을 클릭하면 일곱 멤버가 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메시지가 뜬다. 빅히트 관계자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팬덤인 아미 탄생 9주년을 맞아 준비한 깜짝 이벤트다. 트위터엔 방탄소년단 이벤트 관련 게시글이 굴비 엮이듯 이어졌고, 그 결과 오후 3시 기준 'Google BTS'가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로 올라왔다.
지난달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의사를 밝힌 뒤 솔로 활동을 예고한 방탄소년단은 10월 부산에서 공연을 열어 팬들 앞에 다시 모인다. 이 깜짝 공연은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홍보대사 활동 일환으로 추진됐다. 박히트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공연은 개별 멤버가 아닌 팀이 참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가 올해이기 때문이다. 1992년생인 방탄소년단 멤버 진은 2020년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선정돼 만 30세가 되는 해인 올해까지 입대를 연기했다. 대중예술인의 병역 특례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그는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