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지사 "반도체로 지역경제 혁신… 일회성 행사에 혈세 안 쓸 것"

입력
2022.07.22 04:00
19면
[광역단체장에 듣는다] <7> 김진태 강원지사
극우 꼬리표 떼고 '순한 맛' 이미지 변신
"국비 확보·혈세 낭비 개혁엔 매서운 맛"
"삼성 반도체 공장·한국은행 본점 유치"
"강원도청 이전은 접근성, 확장성 고려"

12년 만에 진보진영으로부터 도정을 탈환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의 목표는 ‘민생’이다. 그간 그를 줄곧 따라다닌 극우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떼고, 강원도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도민들만 보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혈세 낭비를 의심받는 몇몇 사업과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진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등에 대해 매서운 검증을 예고한 것도 민생 정상화의 일환이다. ‘반도체’를 통한 지역경제 혁신 구상도 이미 내놨다. 김 지사는 1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4년 뒤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의원 시절과 달리 ‘순한 맛’ 이미지를 예고했다.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난 부드러운 사람이다(웃음). 행정가는 이념과 진영을 나누면 안 된다. 겸손하게 도민들을 모시겠다. 다만 국비예산을 확보하거나 줄줄 새는 혈세를 개혁할 때는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평창포럼 등 혈세 낭비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

“지난달 당선인 자격으로 살펴봤는데, 정말 놀랐다. 일회성 행사에 혈세를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평창포럼(평창올림픽 기념행사)과 같이 사흘짜리 행사에 12억 원을 지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일회성ㆍ선심성 행사 폐지에 더해 보조금 지원, 방만한 위원회도 대폭 줄이겠다.”

-삼성 반도체공장을 원주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부 계획은.

“우선 지금은 반도체 관련 인력과 교육, 실습을 아우르는 산업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땅도, 전기도, 용수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삼성맨 출신 경제부지사도 모셔왔다. 프로젝트가 연착륙하면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은 물론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전 세계 수요도 원주 부론산업단지로 끌어올 수 있다.”

-춘천에는 한국은행 유치를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 중 한국은행 본점 춘천 유치는 강원도 이전 1순위 사업이 될 것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이 춘천까지 연장되면 수도권과의 물리적ㆍ심리적 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반드시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성사시키겠다.”

-지난 도정이 추진한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적폐청산식 대응은 안 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까지 눈을 감을 수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계약은 강원도에 너무 불리한 조건이 많고, 영국 멀린사는 어떤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기는 식 아닌가. 이 부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아 알 권리 침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인데도 도민들이 계약내용도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껏 언론과 지방의회,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도 최문순 도정은 의혹을 해소해주지 않았다. 이미 체결한 계약을 건드리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도민들께 알릴 생각이다. 민ㆍ형사상 법적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도 분명히 묻겠다.”

-강원도청 춘천 캠프페이지(옛 미군기지) 이전 계획도 재검토하나.

“강원도청사가 새로 둥지를 틀 부지 선정은 강원도와 춘천시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다. 춘천시민뿐 아니라 도내 17개 시군 주민들이 찾아오기 쉽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여기에 그저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닌 신청사를 통해 춘천시가 더 발전하는 확장성도 고려해 부지를 정할 것이다. 특히 청사 이전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정 인사들이 졸속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여선 안 된다.”

-4년 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우리 도지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 김진태가 강원지사로 일하고부터 도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이전기업이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 오직 성과와 실적으로 평가받겠다.”

춘천=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