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원 유세 도중 사제 산탄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아베 전 총리는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40대 남성이 쏜 산탄총에 오른쪽 목 등을 맞아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사망했다. 정치ㆍ경제 선진국인 일본에서 대낮에 정치인을 노린 총격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도 충격에 빠졌다. 정치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용의자는 해상자위대원 출신으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비열한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를 규탄함과 동시에 전직 국가 최고지도자의 충격적인 사망으로 슬픔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아베 전 총리 피습 사망은 일본 국내 정치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 질서에도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 사태다. 그는 단순한 전임 총리가 아니라 8년 9개월 동안 일본 총리를 지낸 역대 최장수 총리이자 일본 우익의 상징 인물이기 때문이다. 재임 중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헌을 추진하려 했을 뿐 아니라 방위력 증강에 앞장섰던 이다. 건강 문제로 2020년 물러났지만 퇴임 후에도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에도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온건파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운신을 제약할 정도의 실세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본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일본 내 개헌 여론을 부추길 가능성도 높다. 일본의 우경화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으로 경색돼 있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는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을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