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안정 사활" 윤 정부, 효과 적은 할당관세 확대만 재탕

입력
2022.07.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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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할당관세 적용 품목 6개 추가
취약계층 지원 등 8,000억 원 민생 대책 
"할당관세 효과 미미" 우려 커

돼지고기에 이어 20일부터 수입 쇠고기·닭고기도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 취약층 에너지 보조 확대, 유류세 추가 인하 등도 민생 안정책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당관세 0% 적용 품목 20개로 확대

8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 안정 방안’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서민·취약계층”이라며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우선 밥상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연말까지 △미국·호주산 쇠고기 △닭고기 △수입 분유류 △커피 생두·볶은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5월 돼지고기·밀가루·나프타 등 14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도입했다.

분유류는 분유 제품과 빵·과자, 주정은 소주 외에도 식초와 간장, 샴푸 등 식재료·생필품에 널리 쓰이는 만큼 생활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 쇠고기 가격이 5~8%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중인 수입 돼지고기의 할당관세 적용 물량(기존 5만 톤)은 7만 톤으로 늘리고, 도매가가 뛴 대두·참깨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도 확대(대두 1만 톤·참깨 3,000톤)한다. TRQ는 낮은 관세로 정해진 물량보다 초과로 수입할 때부터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3,290억 원의 관세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농축수산물이 물가에 미친 영향 '미미'

정부는 고물가 부담을 줄이고자 4,800억 원의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취약층의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보조 목적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가구당 지급액을 10월부터 17만2,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택시·소상공인이 주로 쓰는 LPG에 대한 판매부과금 30% 감면 조치 종료 기한도 이달 말에서 연말까지 연장한다.

윤 대통령은 “고유가 상황이 악화할 것을 대비해 적기에 유류세 추가 인하가 가능하도록 유류세 탄력세율 한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는 유류세 인하폭을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차상위 계층 등에 대한 정부 양곡 판매가격을 10㎏당 1만900원에서 7,900원으로 한시 인하한다. 차상위 이하 계층과 한부모 가족 대상으로 기저귀·분유·생리대 지원액도 1,000~6,000원 확대한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대책의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관세를 한시 면제하기로 한 품목들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실제 농축수산물이 지난달 물가상승률(6.0%)에 기여한 건 0.42%포인트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할당관세 확대 적용으로 물가가 잡힐 것으로 보긴 힘들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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