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선 안 된다”는 규칙에 따라 처분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을 맞는 시점에 현직 당대표에 대한 초유의 징계가 이뤄지면서 여권은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당대표 공백을 맞아 권성동 원내대표는 “징계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원내대표가 대표직무대행을 한다”고 선언했지만, 이 대표는 “자진사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재심청구 및 법원 가처분신청 등 총력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징계를 친윤(윤석열)계가 주도했다고 보는 이 대표는 다음 주 월요일 최고위에서 당대표 권한으로 징계처분을 보류시킬 것을 언급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 대표의 직무정지 시점을 놓고도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 대표 측은 열흘간 소명기간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대표 궐위 상황을 전제로 비대위 구성 또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현 사태를 자초한 이 대표는 리더십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지만, 경찰 수사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내려진 윤리위 징계 역시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당원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수개월간 내분이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집권당이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당권투쟁에 매몰되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성비위 의혹에 휘말린 이 대표는 물론, ‘이준석 몰아내기’로 비친 친윤계 모두 자중하며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기 바란다. 복합위기 비상국면에 시급한 국정현안을 제쳐둔 채 여당이 총체적 난맥에 빠지는 건 국민을 우습게 아는 태도다. 당장 11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여론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당 수습 로드맵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