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한반도 상공을 넘어 세계를 누빌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앞서 경공격기 FA-50과 훈련기 T-50 등을 세계 시장에 선보인 저력을 갖춘 터라 판로 개척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 평가는 호의적이다. 미국 CNN 방송은 1호 시제기가 출고된 지난해 4월 “한국은 자체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를 출시해 군사 항공 거인의 독점적 클럽에 합류하고, 최고의 수출 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희망하는 52억 달러 규모 프로그램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판로 예상도 구체적이다. 에이브러햄 에이트 미 군사전문 잡지 ‘밀리터리 워치’ 편집장은 2020년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태국과 필리핀, 이라크가 주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가 운용 중인 전투기를 교체할 때 KF-21이 유력한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이미 한국산 FA-50 경공격기를 도입한 바 있어 한국 전투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보라매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구가 경제를 봉쇄하고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면서 러시아는 전투기 핵심 부품인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투기 수요국이 러시아와 계약하더라도 언제 들여올지 시기를 종잡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KF-21이 언젠가는 반 세대 앞선 성능의 미국산 5세대 전투기 F-35와도 경쟁할 수 있다는 호의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 등에 실전 배치된 F-35와 마찬가지로 KF-21도 향후 스텔스 성능을 갖출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아 F-35의 아성과 견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F-35의 미군 납품금액은 2020년 현재 8,000만 달러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6,000만 달러에 불과한 KF-21이 30%가량 저렴하다. 미국은 해외에 전투기를 수출할 때엔 자국 공급가보다 가격을 올려 판매한다는 점도 KF-21에 호재다. CNN은 “KF-21은 미국이 외국에 판매하는 F-35보다 가격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상당한 수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KF-21은 사업에 참여한 인도네시아로 수출이 확정된 상태다. 8조8,000억 원에 달하는 개발 비용 가운데 20%인 1조7,000억 원을 인도네시아가 부담하면서 우선 시제기 1대가 인도네시아로 전달된다. 이후 현지에서 48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인도네시아는 지급해야 하는 분담금의 일부인 8,000억 원을 4년여 동안 연체해 애를 태웠다. 지난해 11월 일부 현물 납부 등을 골자로 하는 분담금 실무 합의가 체결돼 비로소 인도네시아로의 수출이 본 궤도에 올랐다. 다만 당국은 "분담금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제기를 제공할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