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티켓' 효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입력
202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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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글은 목요일 저녁 임영웅 콘서트의 티켓팅을 폭삭 말아먹고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연 일정 발표와 함께 느껴지는 심상찮은 열기를 보며 경쟁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친구와 동생과 애인을 동원해 나름 치밀한 작전을 짰다.

'사람이 덜 몰릴 첫 공연을 노리고, 앞자리는 포기하고 중간 구역을 공략하자. 여석이 없다 싶으면 다소 멀더라도 끝자리를 찔러보자. 접속 대기가 뜰 때는 절대 새로고침을 누르면 안 된다. 팝업 제한은 미리 풀어둬라…'

팔만대장경 같은 공지를 써서 지원군들에게 돌리고, 서버 시간을 알려주는 창을 띄워 놓은 후 설마 두 자리는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세등등하게 예매 버튼을 눌렀다.

'…?'

수많은 티켓팅 경험 중 본 적도 없는 수의 대기인원이 뜨고 접속까지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안내 문구가 보였다. 단톡방의 친구들도 내가 보는 것과 비슷한 숫자를 읊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디지털 효도'는 예매 창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처참히 실패했다.

내가 이 공연 예매에 이토록 공을 들인 건 신기하다는 감정 때문이었다. 엄마는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모들은 생전 누군가의 팬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젊은 트로트 가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모들은 조용하면서도 열정적이었다. 말로는 그냥 노래가 들을 만해서라고 했지만 시간 맞춰 유튜브를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음악을 돌려 듣는 등, 아이돌 팬들이 하는 일을 뭐든지 했다.

60년대생 딸들이 흔히 그랬듯, 부모와 사회의 뜻에 따라 살고 가족을 우선하느라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뭉그러뜨리는 일에 익숙했던 이들이 완전한 타인을 순수한 팬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세 자매를 꼭 공연장에 보내주고 싶었다.

이 대란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개 나와 같은 입장이었던 듯했다. 저녁 내 SNS와 커뮤니티에는 실패한 효자 효녀들이 외치는 '엄마 미안해'가 쏟아졌다. 시무룩하게 실패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마음만 받을게. 근데 자식 없으면 콘서트도 못 가겠다, 야.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해."

엄마는 별 뜻 없이 던진 말이었으나 뒷맛이 썼다. PC방에서 예매를 시도하던 친구가 목격했다는, 홀로 와서 어색하게 물어가며 화면을 세팅하고 기다리다 붐비는 예매 창에 망연자실했다는 엄마 또래 아주머니의 모습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콘서트 예매는 엄두조차 내지 않던 내 이모들과, 예매가 끝나자마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값으로 올라오던 암표들이 한눈에 겹쳤다.

겨우 핏줄이나 의무로 엮이지 않은, 그냥 좋아서 응원하는 상대를 발견했는데 그를 만나기 위해 또 효자 효녀가 필요하다니. 연예인이 공평하게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공재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연한 듯 제일 뒤로 밀리게 된다는 건 좀 많이 슬픈 일이다.

새벽까지 취소표를 확인하느라 부질없이 켜 두었던 예매 창을 끄면서, 임영웅 콘서트가 다시 열린다면 그때는 엄마와 이모들에게 예매 방법을 미리 가르쳐주고 한데 모여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찾고 시도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정아 작가·'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