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원권 정지 6개월…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

입력
2022.07.08 02:50
"'7억원 투자' 몰랐단 소명 믿기 어려워"
윤리위, 당원 품위유지 규칙 위반 판단
김철근 정무실장에겐 당원권 정지 2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판단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현직 당 대표에 대한 징계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대표와 함께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당원권 정지 2년의 처분을 받았다. 이 대표 측은 징계 결과에 불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 등 윤리위원 8명은 이 대표를 상대로 관련 의혹에 대해 소명을 청취한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 징계 심의에 착수한 뒤 8일 오전 2시 50분까지 8시간에 걸쳐 철야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유는 국민의힘 당원의 품위유지 규칙(당 윤리규칙 제4조)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윤리위 측은 김 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성 상납 의혹' 제보자 장모씨를 만나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 이 대표가 "알지 못했다"고 소명한 것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김 실장은 투자유치를 대가로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는데, 윤리위는 이 과정이 사실상 이 대표의 지시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위원장은 "사실확인서라는 증거의 가치와 업무상 지시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자료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리위 측은 징계 수위에 대해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윤리위는 이날 성 상납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김 실장에게는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더욱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은 본인의 일이 아닌데도 7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사실확인서와 투자유치 약속 증서의 대가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은 즉시 불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징계에 대한 불복이 있을 경우 당사자는 징계 결정을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재심이 이뤄지려면 윤리위 의결이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반되거나, 징계 사건에 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지난달 김 실장은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는 이유로 절차 위반을 주장한 바 있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30일 내에 재의결이 이뤄진다. 이 대표는 재심 청구와 별개로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정 공방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되면서 집권 여당은 당장 당 대표 공석 사태를 맞았다. 국민의힘 당헌은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60일 내에 임시전당대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임시전당대회가 개최돼 새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많다.

임시전당대회가 논의되는 순간 당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6개월 뒤에는 이 대표의 복귀가 예정돼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당 대표 궐위로 볼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결국 당헌 해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