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인가 혁명가인가...'앙시앙 레짐' 해제한 나폴레옹 일대기

입력
2022.07.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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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출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전쟁의 광기에 수십만의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미치광이 전쟁광, 혹은 현대 프랑스의 건설자이자 위대한 계몽주의의 전파자.

나폴레옹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떠나 18, 19세기 유럽과 전 세계가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과 방문교수이자 역사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로버츠는 시대를 풍미한 역사 속 거인인 그의 인생을 책 ‘나폴레옹’에서 새롭게 써냈다.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출신의 청년 장교였다. 무일푼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6년 만에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다. 군인 출신인 그는 말뿐인 정치인이나 법률가를 멸시했고, 군 체제의 계급제도, 법과 질서, 정신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나폴레옹식 통치’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는 노련한 군인이었다. 포병대의 가치를 알아보고 전술 핵심으로 만들었다. 기병과 보병의 전환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다. “장군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병사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군대 지휘 방식을 통치 방식에도 적용했다. 법치주의, 평등주의, 능력주의를 ‘나폴레옹 법전’으로 공고화해 전 유럽에 전파했다.

나폴레옹은 신분제로 대변되는 유럽의 구체제 ‘앙시앙 레짐’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능력주의라는 새로운 질서를 채워 유럽을 뒤흔든다. 그 업적이 국가나 집단이 아닌 ‘개인’의 성취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15개 나라 기록보관소 69곳을 직접 찾아 3만 3,000여 통의 편지를 분석하는 등 내밀한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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