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제발 접종을"... 베이징, 뒤늦게 백신 패스 도입

입력
2022.07.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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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출입 때 백신접종 증명 필수
접종률 80% 불과한 노년층 겨냥 조치


중국의 수도 베이징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공공장소 출입을 막는 백신 패스제도를 도입했다. 중국에선 처음이다. 각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번지는 상황에서 사전 대비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에선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수준의 대대적인 코로나19 재유행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7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교육기관과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등 공공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대학이나 노인 게임장 등 노년층이 자주 출입하는 시설도 포함됐다. 이 조치는 오는 11일부터 적용된다.

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그동안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72시간 내 발급받은 유전자증폭(PCR) 음성 증명서를 요구해왔다. 앞으로는 이 증명서와 함께 백신 접종 확인증까지 제시해야 하는 셈이 됐다. 리앙 베이징시 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코로나19 예방과 통제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대중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뒤늦은 백신 패스 제도 도입은 백신 접종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노년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중국인의 부스터샷 접종률은 88.64%다. 반면 베이징시의 60세 이상 노인 중 1차 백신을 맞은 비율은 80.6%로 상대적으로 낮다. 노년층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탓이다. 중국에선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다.

장기적으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력한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의 중국식 표현)정책을 고집해온 중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없는 이유로 '중국의 거대 인구를 감당할 의료시스템 미비'와 함께 '노년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내세웠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