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아직 민주당 내 역할 있다고 생각"

입력
2022.07.07 11:10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청년 소모품으로 쓰여 왔던 역사 뒤집겠다" "규칙은 국민여론 50% 이상 반영이 기본 돼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당대표 출마가 사실상 불발된 상황에서도 민주당 내에서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박 전 위원장은 "어제 정치원로를 만났는데 당에서 토사구팽당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당을 팽해라, 민주당 아니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하더라"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어 "그 말을 듣고 고민을 하게 됐는데, 그래도 그동안 많은 청년들이 기성 정치권에서 소모품으로 쓰여 왔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당대표 피선거권이 없다는 당의 결정은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저는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에서 좀 유권해석을 명확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막는 논리 중 하나인 '공직은 전략공천이 가능한데 당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 후보 외에 당직 선출 규정에도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조항에 나와 있다"면서 "제가 비대위원장을 했을 때처럼 정무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요소에도 예외 적용할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서 출마를 막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당내 세력이 없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 "그래서 국민과 현장에서 소통을 더 하려 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시면 당내 세력 같은 힘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97세대? 갑자기 개혁과 쇄신 말하면 설득력 없어"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변화와 쇄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당심과 민심이 크게 괴리됐다는 당 내외의 지적을 인정했다. '폭력적 팬덤 정치'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당내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속도 조절론을 요구했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는데, 저와 함께 목소리를 내 주신 의원님은 거의 없었다"면서도 "의총이 끝나고 나서 실제로 저의 말이 맞다면서도 차마 외부로 말하지 못했다고 한 분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자 폭탄이 너무 무섭지만 그런 거에 좀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좀 더 나아가서는 그런 폭력적인 문자들을 좀 지양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싼 다툼에 대해서는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총선 승리는 이렇게 또 멀어지는 건가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최소 국민여론을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정말 개혁과 쇄신을 말한다면 당원도 국민이기 때문에 100%, 안 된다면 70%까지 비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의원의 대항마로 나타난 소위 '97그룹' 등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희망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지금 97그룹이 86세대와 뭐가 다르냐라고 했을 때 저는 나이가 조금 어리다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분들이 개혁과 쇄신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면 설득력이 있겠지만,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시지 않았었는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제 우리가 개혁과 쇄신을 보여드리겠다고 하면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