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에 원전·가스 포함하기로… 환경단체 "소송 검토" 반발

입력
2022.07.0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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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원전·가스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

유럽연합(EU)이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 분류 체계(Taxonomyㆍ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본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EU 집행위원회 규정안을 찬성 328표, 반대 278표, 기권 33표로 가결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원전과 천연가스가 들어간 택소노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EU 택소노미는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범위를 규정한 분류 체계로, EU의 기후ㆍ환경 목표에 맞는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조건을 담고 있어 정부와 기업, 투자자 등이 녹색 투자 활동에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로 활용된다. EU는 택소노미를 공공자금 지원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날 최종 관문을 넘은 EU 택소노미 규정안은 △2045년 이전 신규 원전 건축허가를 받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과 부지 계획을 제출하며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자금과 부지를 확보했을 경우 ‘친환경 투자’로 분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 원전도 2025년부터 더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핵연료(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2040년까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도 △전력 킬로와트시(㎾h)당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거나 △20년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550㎏ 미만인 경우 △2035년부터 재생가능 또는 저탄소 연료로 전환할 경우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한다.

EU 집행위는 오랜 진통 끝에 지난 2월 초 택소노미 규정안을 제안했으나,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반대 여론이 확산했다. 천연가스 투자가 늘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네덜란드 출신 폴 탕 유럽의회 의원은 “택소노미는 무엇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지침”이라며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만 높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U 국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와 석탄 사용량이 많은 폴란드는 택소노미 규정안에 찬성했으나, 덴마크 등은 EU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며 우려했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법적 소송까지 언급했다.

EU 택소노미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그린워싱(GreenWashingㆍ위장환경주의)”이라며 비판해 온 환경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유럽의회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위배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EU 집행위에 공식적으로 내부 검토를 요청하고,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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