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은 나의 무기, 광야로 걸어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룹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일부 좌중은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에스파 공연장에서 벌어진 풍경이 아니다. 5일(현지시간) 유엔 미국 뉴욕 본부 총회 회의장. 2022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포럼에 참석한 해외 정부 인사 등은 K팝 아이돌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영상에선 에스파가 곡의 포인트 안무인 '디귿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고, K팝의 묵직한 비트는 진지한 회의장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넥스트 레벨'의 유엔 본부 '습격'은 에스파가 이 포럼에 미래세대를 대표해 초청받으면서 이뤄졌다. '넥스트 레벨' 뮤직비디오 상영 전 에스파는 2분 동안 다음 단계를 위한 미래세대란 뜻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투 더 넥스트 레벨'을 주제로 연설했다. 에스파는 현실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멤버와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아바타 멤버로 구성된 그룹. 연단에 선 멤버 지젤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시간과 공간, 장르, 세대 등 모든 경계를 초월한 무한의 영역으로 더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연구해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이 가속화되어가는 이 상황에서 '현실 세계에 대해서도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게 된다"고 영어로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을 반영하는 세계로 현실이 고갈되기만 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가상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 역시 지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한 지구의 생태계와 질 높은 삶을 위한 기회의 균등 없이는 메타버스 세계가 반영할 수 있는 현실 세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부회장인 수리야 친다웡세는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젊은 세대 대표로 참석한 K팝 그룹 에스파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그룹을 소개했다. 아울러 에스파의 영어 그룹명(Aespa)을 활용해 공존(All), 형평성과 평등(Equity and empowerment), 지속가능성과 시너지(Sustainability and synergy), 세상과 사람(Planet and people), 건축(Architecture) 등을 언급하며 이번 포럼의 주제를 설명했다.
이 자리엔 기업 및 시민단체 그리고 노동자, 장애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국가별로 지속가능발전목표 등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이 포럼은 유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