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출신 17세기 필사한 '만국전도' 30년 만에 귀향

입력
2022.07.06 12:34
원본 알레니 만국전도에 없는 울릉도 백두산 그려 넣어
조선 승정원 승지 박정설 후손, 예천박물관에 기탁


경북 예천의 보물로 조선시대 지성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세계지도 '만국전도(萬國全圖)가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예천박물관은 보물 만국전도와 고전적 116점을 함양박씨 미산고택(용문면) 현 소유주인 박재문 씨로부터 기탁받았다고 6일 밝혔다.

만국전도는 용문면 상금곡리 출신으로 조선 승정원 승지를 지낸 돈우당 박정설(朴廷薛. 1612~1693)이 이탈리아 선교사 줄리오 알레니(Giulio Alen.1582~1649)가 만든 한문판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1661년 채색·필사해 만든 세계지도이다. 알레니 만국전도는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식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인 1623년 제작됐다.

박정설이 필사한 만국전도는 알레니 만국전도에 조선으로만 표기된 우리나라 지도에 한양(京)과 울릉도, 백두산을 그려 넣었다. 조선시대 지성계의 영토에 대한 인식을 엿보게 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중화중심 사상에서 세계사로 인식을 넓히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만국전도는 박정설의 후손들이 가보로 간직하다 서울로 이사하면서 가져가 1989년 8월1일 보물로 지정받았다. 이후 1993년 서울 동대문 휘경동 자택에서 고전적과 함께 도난 당했다.

이 만국전도 등은 2018년 11월 안동의 골동품업자 아내가 운영하는 한 식당 벽지 안에 숨져진 것을 경찰과 문화재청 단속팀의 공조 수사로 회수했다. 문화재청은 만국전도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 보존처리 후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후손들에게 돌려줬다.

만국전도 외에 기탁받은 고전적은 1732년 금속활자로 간행한 '명재선생유고'와 소산 이광정의 '소산선생문집' 등 문학 역사 의학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중요한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예천박물관은 보물 268점을 포함한 총 2만2,000여점의 유물을 확보해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한 곳이다. 박물관 측은 만국전도를 보존처리 후 10월 독도의 달에 맞춰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도난당한 문화재가 3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며 "문화재 환수 기념식과 기획전시 등을 열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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