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 20개 중 5, 6개만 남기고 모두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600개가 넘는 정부 위원회도 최대 50% 정리할 계획이다.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에 이어 비효율성이 높은 영역부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의 어려움을 더는 데에 공공부문이 솔선하고 앞장설 것"이라며 "불유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밝혔다. 특히 각종 정부 위원회의 비효율성을 콕 집어 언급하며 "먼저 대통령 소속 위원회부터 과감하게 정비해서 예산을 절감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은 부처 위원회 통·폐합 방안을 두고 토론, 감축 목표치를 확정했다. 우선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현재 20개 중 최대 70%를 줄여 5, 6개만 남기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자리위원회와 정책기획위원회는 이미 폐지됐고, 여기에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등이 추가로 폐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위원회를 존치하되 역할과 기능이 재조정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는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총리 소속, 부처 위원회 609개에 대해서도 존속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30~50%를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가 감축 대상 위원회에 대한 폐지 법률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폐지 법률안이 의결되면 위원회 폐지가 확정되는 식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폐지 법률안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국회도 위원회 정비 취지를 잘 이해해 동참해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결이 어려울 경우 파견 인력을 복귀시키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들의 임기가 남아 위원회 폐지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대통령실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1개 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후원회장을 맡은 바 있다. 다만 다른 위원회에선 스스로 자리를 비우는 위원장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이 임기를 1년 반 남기고 6일 퇴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처 위원회도 임기가 남은 위원들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데, 감축 방향에 다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강력한 '위원회 구조조정'은 윤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공공기관 혁신과 궤를 같이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 공공부문 먼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20개인데, 그곳에서 연평균 33억 원 정도의 예산을 쓴다"며 "3년 동안 대통령이 주재한 위원회 회의는 거의 없었다. 고비용 저효율, 비효율 상태가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