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관세 인하 곧 발표..."인플레 정점 지났다" 분석도

입력
2022.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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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수입품에 평균 19.3%의 관세 부과
미중 무역분쟁 이전인 3.1%에 비해 7배 높아 
미 언론 '물가 정점 찍었다' 분석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하 정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전임 정부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제재 의미로 대폭 올려놓은 관세를 다시 깎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중 갈등 범위가 경제에서 안보로 확대되는 등 갈등은 더 악화됐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관세 인하 조치를 꺼낸 것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내리면 미국 내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번 주 중국산 소비재에 관세 인하 조치 발표

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의류와 학용품 등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와 함께 미국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제품의 관세 면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발생한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평균 19.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무역분쟁 이전(3.1%)에 비해 7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관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어서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3월 8.5%→4월 8.2%→5월 8.6% 등을 기록하며 4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미 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바이든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지난 5월 미국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국가의 가장 큰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꼽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서 중국산 소비재에 한해서만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 비소비재와 관련해선 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 '물가 안정'에만 신경 쓰다가는 중국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중도층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관세 완화 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컨설팅기업인 노무라연구소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가 전면적으로 인하되고, 기업들이 이를 소비자 가격에 100%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낮아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상품가격 하락세 전환...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영향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최근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 소비자 물가가 조만간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WSJ에 따르면 각종 글로벌 상품 가격이 2분기 들어 하락세로 반전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60% 급등했다가 2분기에 3.9% 하락으로 마감했고, 원유도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다 지금은 1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밀과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2월 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이다.

이는 미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선물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밀과 옥수수 등의 수출이 제한되며 글로벌 식량 가격이 치솟았지만,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 부족한 공급량을 메울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품투자업체 리노의 루이 나벨리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제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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