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퍼부은 인터폰 욕설... 대법 "모욕죄 성립"

입력
2022.07.05 15:00
층간소음 갈등 끝에 위층에 무차별 폭언
"자녀교육 비난... 전파가능성 부인 못해"

"집에서 그 따위로 할 거면 단독주택으로 꺼져. 내 위층에 너 같은 것들이 사는 거 아주 끔찍하고 저주스러우니까." "XX년. 도끼로 찍는다. 부모가 그 따위니까 애한테도 그렇게 가르치지."

2019년 7월 13일 오후 3시 경기 남양주의 한 아파트. A(37)씨 집 인터폰으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마구 쏟아졌다. 수화기를 잡지 않아도 목소리가 집 전체로 울려 퍼지는 인터폰 특성 탓에 A씨와 직장동료 B씨, 그리고 두 사람의 3~7세 자녀들은 욕설을 들어야만 했다.

욕설을 내뱉은 사람들은 아랫집에 사는 C(64)씨와 D(41)씨였다. 평소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A씨가 이날 손님을 초대해 시끄럽게 하자 화를 낸 것이다.

검찰은 C씨와 D씨를 모욕죄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모욕죄 구성요건인 전파가능성(공연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두 사람에게 벌금 7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손님으로 온) B씨가 가족과 직장동료에게 '이웃들이 전화로 욕설을 하더라'라고 말한 사실 등을 비춰보면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전파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B씨와 7세 딸뿐"인데, "B씨는 A씨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크고, B씨의 딸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이 없을 것으로 보여 전파가능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와 D씨가 손님들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까지 갖고 (모욕)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그러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C씨와 D씨는 A씨 집에 손님이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인터폰을 사용해 (모욕죄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며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짓는 자극적 발언의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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