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 14년 만에 최대폭 급감

입력
2022.07.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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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쇼크' 6월에만 94.3억 달러 줄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94억 달러 넘게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인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인 1,300원을 웃돌자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선 영향이 컸다.

5일 한국은행은 6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이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으로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건 외환 당국이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시장 조치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웃도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 조치에 나섰다. 당국의 개입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 한은의 자료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올 1분기(1~3월)에만 83억1,100만 달러를 내다 팔았다.

달러 강세 기조에 유로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5.11로 전월보다 3.4% 올랐다. 이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3.1%, 파운드화는 4.2%, 엔화는 6.5%씩 각각 하락했는데, 하락분이 외환보유액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5월 말 기준 세계 9위다. 중국(3조1,278억 달러)이 가장 많고, 일본과 스위스, 인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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