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김성오 "잘 웃는 김윤진, 아들 도롱이 선물 사줬다" [HI★인터뷰]

입력
2022.07.05 15:50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차무혁과 선우진은 강도단에 대응하는 방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을 연기한 김성오와 김윤진 사이에는 웃음만 가득했다. 김성오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는 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그린 작품이다. 김성오는 '종이의 집'에서 강도단을 막기 위해 결성된 남북 공동대응팀의 차무혁을 연기했다.

원작 시청하지 않은 이유

김성오는 원작 '종이의 집'을 제대로 시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재밌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보려고 했지만 취향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시청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작품의 명성, tvN 드라마 '루카 : 더 비기닝'으로 호흡을 맞췄던 김홍선 감독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

이후에는 결국 원작을 시청했다. 김성오는 "출연하니까 봐야 하나 싶다가도 오히려 (원작을) 따라 하는 것처럼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됐다. 연기하는데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겠더라. 내적 갈등을 했다"고 당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무혁이 원작에 없는 캐릭터기도 했다. 김성오는 "난 시청자로는 실패했다. 중간중간 돌려가면서 봤다"며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종이의 집' 출연을 결심한 그의 선택이 옳았던 걸까.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3위를 차지했다. 물론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진에게도, 김성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김성오는 "'종이의 집'이 워낙 명성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거라 제작진 모두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작했다.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 욕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교육 잘 받은 차무혁

차무혁은 카리스마와 날카로운 눈빛을 자랑한다. 김성오는 자신이 분석한 차무혁에 대해 "육체적, 군사적인 학습도 했겠지만 남한의 문화와 말투 등도 공부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과거 북한에서 남한으로 많이 넘어와서 간첩 활동도 많이 했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성오는 차무혁을 강인하면서 교육도 잘 받은 이로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강렬한 더위 속에서 차무혁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애썼단다.

촬영 전에는 북한 말을 어떻게 구사할지 고민했다. 그는 "촬영 전 제작진이 북한 사투리 선생님을 알려줬다.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몇 번 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투리도 그 지방 출신만큼은 할 수가 없다. 북한 말을 노력한다고 해서 실제 북한 사람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다"고 털어놨다. 김성오는 북한 말이 강원도 사투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편한 마음으로 차무혁의 대사를 구사했다.

차무혁·선우진의 대립…김성오·김윤진은?

차무혁은 남측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오는 "차무혁에게 남한 사람과 협업해 일을 처리하려는 마음이 없었던 듯하다. 자신의 방식대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차무혁은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선우진을 존중할 수 없었고 '이런 일은 내가 잘 아는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무혁은 변했다. 김성오는 "차무혁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선우진에 대해 '협상가로서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종이의 집' 차무혁 선우진은 대립했지만 촬영 현장의 김성오와 김윤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김윤진 선배님은 잘 웃으신다. 찜질방에서 계란 먹으며 얘기하듯 선배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통화도 많이 했다"는 게 김성오의 설명이다. "김윤진 선배님이 도롱이(아들 태명) 선물도 사주셨다"며 훈훈한 친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빌런까지 응원하게 만드는 '종이의 집'

'종이의 집'은 파트1과 파트2로 시간 차를 두고 대중을 만난다. 김성오는 "난 복권을 월요일에 사면 기대감에 일주일 동안 행복하다"며 애청자들도 파트2를 기다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몰아보기를 원했던 이들은 아쉬워할 듯하다고 우려했다. 원작이 시즌5까지 제작된 만큼 "한국식으로 압축해서 속도감 있게 알차게 볼 수 있다"고 리메이크된 '종이의 집'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선, 악 구분 없이 다양한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무고한 학생들까지 잡아둔 채 목표를 이루려는 강도단의 모습은 분명히 '빌런'이다. 그러나 '종이의 집'을 시청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들을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열심히 맞서는 남북 공동대응팀을 미워할 수도 없다. 김성오가 설명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 현실에서는 아니지만 기쁨을 얻기 위해 드라마를 볼 때는 나쁜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이면 그 사람 감정을 따라가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강도단은 강도단대로, 공동대응팀은 공동대응팀대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김성오는 파트2에서도 강도단 진압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강도단과 공동대응팀 중 어느 쪽이 승리의 깃발을 차지하게 될까. 이야기의 시작을 담은 '종이의 집' 파트1은 지난달 24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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