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독립기념일…미 시카고 교외서 총격으로 30명 사상

입력
2022.07.05 07:52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시카고 교외에서 총기 난사로 3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 미 연방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인정한 가운데 벌어진 유혈 참극에 규제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수백명 퍼레이드 행렬에 무차별 총격

AP통신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이날 오전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행렬을 향한 총격 사건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총성이 울린 건 이날 오전 10시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10여 분 후였다. 당시 센트럴 애비뉴와 세컨드 스트리트를 지나던 수백 명은 의자, 유모차, 담요 등을 내팽개치고 대피했다. 목격자인 마일스 자렘스키는 자동소총 소리와 비슷한 20~25발의 총성을 들었다며 "피 흘리는 사람들을 봤다"고 CNN에 말했다. 주민 지나 트로이아니는 AP통신에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등 혼돈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18~20세 백인 남성

경찰은 총격범이 인근 높은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인 백인 청년을 쫓고 있다. 옥상에서는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하이랜드파크 경찰의 현장 지휘관인 크리스 오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대략 18~20세 나이의 백인 남성"이라며 "흰색 또는 푸른색 티셔츠를 입었고 검은색 장발에 작은 체격"이라고 말했다.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용의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믿고 있다"며, "여전히 무장한 상태일 수 있으니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코벨리 대변인은 "총격이 닥치는 대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연방 수사기관들과 협력해 대대적 용의자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총기 폭력과의 싸움 포기 안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또다시 슬픔을 안긴 무차별적 총기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총기 폭력 확산과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격범 긴급 수색을 지원하도록 연방 법집행기관에 지시했다"며 사건 해결을 위한 연방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총격은 미국 전역이 독립기념일 축제 분위기에 들뜬 가운데 벌어져 더욱 충격을 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이랜드파크는 물론 노스브룩, 에번스턴, 디어스필드, 글렌코, 글렌뷰 등 시카고 북쪽 주변 지역들도 독립기념일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뉴욕주 슈퍼마켓 총격으로 10명이,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으로 21명이 각각 사망한 이후에 벌어진 것이다. 뉴욕주와 텍사스주 총격범도 모두 18세 남성이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