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21대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면서 35일 동안 이어진 국회 공백 상황을 해소했다. 민생·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회 공전이 지속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일단 국회 문을 열었지만 원 구성까지의 난관은 여전하다. 최대 쟁점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을 추후 협의하기로 미루면서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도 현재로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불발되면서 당초 예고대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단독 선출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상임위원장 선출을 여야 합의로 하면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간신히 원 구성 파국을 피할 수 있었다.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챙긴 명분도 있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다수당인 민주당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할 경우 21대 국회 전반기 때와 같이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국회 정상화가 필요한 터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단을 합의 선출함으로써 '입법 독재' '다수당의 발목잡기'라는 국민의힘의 여론전을 차단할 명분을 마련했다. 또 상임위원장을 합의 선출할 때까지 사개특위 구성에 대한 협상 시간을 번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장단 단독 선출을 강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류세 인하, 밥값 지원법 등 시급한 민생 입법과 인사청문회 등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국회의 문을 열었지만, 원 구성 마무리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한 사개특위 구성을 두고 여야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 여야 '5대 5' 동수 구성 및 위원장을 국민의힘 측이 맡아야 한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개특위에서 안건 의결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자'는 제안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문제도 변수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 예결위 정상화를 통한 국회 개혁과 사개특위 운영 등 쟁점에 대해 상임위원장 선출과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