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정권에 대한 반감이 거센 태국 수도 방콕에서 대규모 정치집회가 다시 열렸다. 1년 전 중앙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핑계로 금지했던 대중 집합 금지 조치를 야권 성향의 신임 방콕 주지사가 일부 풀어줬기 때문이다.
4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5월 방콕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찻찻 싯티판 주지사는 지난달 24일 방콕 도심 7곳에 한정해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대규모 시위를 우려하는 중앙정부가 여전히 전국 단위의 집합금지령을 해제하지 않고 있어, 주지사의 권한으로 지정 장소에서의 집회만 부분 허가한 것이다.
집회 허용 승인이 나자 방콕에서는 반(反)군부 세력들의 시위가 연이어 진행됐다. 첫 포문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직업학생 연대' 소속 청년들이 열었다. 이들은 전날 오후 3시 집회가 가능한 방콕 제1청사 앞으로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몰고 결집, 지난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짠오차 쁘라윳 현 총리의 퇴진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어 야권 '태국 국민의회'도 같은 날 방콕 란콘 무앙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거대 자본가와 결탁한 총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시민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반군부 세력들의 결집에 친(親)군부 진영도 맞불을 놓았다. 라자망갈라 운동장에 모인 이들은 쁘라윳 총리와 왕실 가문의 사진 등을 들고 "태국을 사랑하는 군부와 왕실을 더 칭찬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국 외교가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군부 퇴진과 왕실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던 민주화 시위대 본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친군부 진영 역시 대규모 집회로 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초 태국 총선을 앞둔 양 진영의 힘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찻찻 주지사가 일부 집회를 허용했지만, 군부 정권은 여전히 전면적인 대규모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지난달 하원에 쁘라윳 총리 등 현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된 상황에서 반군부 여론이 집결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정권은 이날 "코로나19 하위 변종이 태국에서 계속 퍼지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확인된 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년 전인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995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