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낙마·박순애 강행… 인사 검증 실패 아닌가

입력
2022.07.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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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자진 사퇴했다. 후보자 지명 39일 만으로, 정치자금 유용을 포함한 각종 의혹에 이은 선관위의 검찰 수사 의뢰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김 후보자가 사퇴의 변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부인한 만큼 의혹 실체는 수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 가운데 중도 낙마자는 김인철(교육부), 정호영(복지부)에 이어 3명으로 늘었고, 특히 같은 부처 장관 후보자가 2명 연속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반면 김 후보자와 한날 지명됐던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와 함께 윤 대통령의 임명 재가를 받았다. 박 후보자는 만취 음주운전 전력, 논문 중복 게재 의혹, 조교 대상 갑질 논란 등으로 김 후보자 못지않게 자질 시비에 휘말린 터라 과연 적절한 인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이 노동, 연금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분야로 반도체 인재 양성, 대학교육 개혁, 학력 격차 해소 등 현안이 산적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우려스럽다.

앞서 임명된 김창기 국세청장과 마찬가지로, 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그간 국회가 열리지 못했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이들이 중용되고 있는 것인지 국민적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부적격 후보들에게 발목 잡혀 조각 작업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요인은 부실한 인사 검증이다. 정호영 복지부 후보자가 온 가족 장학금, 자녀 의전원 입학 특혜 의혹으로 낙마했는데도 후임 후보자 인선이 이토록 허술하게 이뤄졌다니 기가 찰 뿐이다. 김승희·박순애 후보자의 경우 남성 편중 인사 비판을 의식하느라 충분한 검토 없이 여성 인사 발탁을 서두른 것도 화근이 됐다. 민정수석실 폐지가 실책이었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인사 검증 시스템의 철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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