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고소한 연대생 지지"... 약자 공격하는 어긋난 '공정담론'

입력
2022.07.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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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경 교수 "대학 맞는지 회의감" 지적에도
다른 대학에서도 "고소한 연대생 지지한다"
전문가들 "정치권 혐오표현이 고소 부추겨"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지 않고 오히려 이 책임을 묻는 대학생의 태도는 과연 온당한가. 최근 대학가에서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된 주제다. 일부 연세대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캠퍼스 내 청소노동자를 고소하자, 한 교수가 고소 학생들을 비판하면서 논의가 불붙었다. 대학가 여론도 교수 주장에 힘을 실으며 노동자를 지지하겠다는 반응과 고소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청소노동자가 업무방해" vs "여기가 대학 맞나"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앞서 5월 처우개선 집회를 여는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한 연세대 학생들의 행태를 계기로 촉발됐다. 한 학생이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청소노동자 집회가 학생의 수업과 총무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고소에 동참할 이를 모집했고, 3명의 학생이 모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한 달 뒤 집회 소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638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걸었다.

이후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다음 학기 개설할 ‘사회문화와 공정’ 강의계획서를 통해 기득권을 옹호하는 2030세대의 공정감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 교수는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노동자들에게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아닌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를 향해 소송을 제기한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브리타임의 혐오 발언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하는 대학이 맞는지 회의감을 들게 한다” 등 쓴소리도 덧붙였다.

일상이 된 대학가 '약자 혐오'

약자를 겨냥한 대학생들의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2월 서울대 시설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중앙도서관 난방이 중단됐을 때는 관련 대자보 아래 “가정부가 보일러실 점거하고 집주인 행세하려는 꼴”이라는 낙서가 붙기도 했다. 2015년 5월 서울여대 학생회가 축제 기간 미관을 해친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임의 철거한 일도 있었다.

물론 고소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2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엔 '고려대도 청소노동자 시위로 시끄러웠는데, 몇 명 모여서 고소하면 안 되나'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계약조건 다 봤으면서 왜 처우개선해달라고 징징거리나” 등 동조 댓글도 여럿 달렸다.

"차별적 경제구조, 문제 제기는 회피"

전문가들은 취업의 어려움 등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약자에 향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만들어낸 것은 차별적 경제구조인데, 책임 있는 정치권이나 기업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계층을 볼모로 일종의 화풀이를 하는 건 지성인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힐난이다.

학생들 행태를 논하기 앞서 근본적으로 혐오가 일상이 된 그릇된 사회 풍토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2013년 20대의 공정담론을 분석한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펴낸 오찬호 작가는 “정치권에서부터 혐오 발언이 일상이니, 고소하기 전 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등 약자 혐오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혐오 수위는 우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소한 학생을 조리돌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옳지 않다”면서 사회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박지영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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