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K-트로트 페스티벌'에 3만 관객... "열광의 도가니"

입력
2022.07.04 16:30
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3만여 관객 운집
장윤정, 이찬원 등 13명의 트로트 톱스타 총출동 
이찬원 "전생에 무슨 덕 쌓았길래 이렇게 큰 무대서..." 감격 
"코로나19 극복기원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축복하는 느낌"




'코로나 블루'를 한방에 날려버린 최고의 음악 축제였다. 2일 오후 6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극복기원 K-트로트 페스티벌 대구 2022 Power of Daegu' 공연에는 3만여 명이 운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공연에는 대구 출신 트로트 스타 '찬또배기' 이찬원과 '트톳 여제' 장윤정, '장구의 신' 박서진, '막걸리 한잔' 영탁, '트롯 신사' 장민호, '국민 손자' 정동원, '치명 트로트돌' 김희재, '트로트 바비' 홍지윤, '트로트 요정' 김다현, '아기 호랑이' 김태연,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이름을 알린 김혜연, '트로트 쌍둥이' 윙크가 출연했다. 사회는 최근 나훈아 모창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맨 정태호가 맡았다.




13명의 남녀 트로트 톱스타들은 장장 3시간이 넘도록 50여곡의 트로트 명곡을 열창해 공연장을 감동과 환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3만여 관객은 새로운 가수가 등장할 때마다 운동장이 떠나갈 듯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고 가수들이 이에 화답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의 시작은 윙크가 열었다. 첫곡은 '얼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소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에 객석 추임새가 절로 흘러나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은 김태조(44)씨는 "첫 곡에 벌써 스트레스가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오프닝부터 최고였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어 등장한 김태연은 '오세요'와 '바람길'을 열창한 후 마지막 곡을 선사하기 전 다리를 건들거리는 깜찍한 율동과 함께 판소리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를 불러 관객을 웃음도가니로 빠지게 했다.

김태연의 바통은 김다현이 이어받았다. 자신의 히트곡 '하트뿅'을 부른 후 '회룡포'와 '님의 등불' 등의 트로트 명곡을 불러 빼어난 가창력을 뽐냈다.

이어 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홍지윤은 "대구가 미인의 도시라고 들었는데, 객석에 미인들이 많이 보인다"는 덕담을 건넨 후 시원한 목소리로 '사랑의 여왕', '새벽비', '배 띄워라'를 불러 객석을 뜨겁게 달구었다.

김혜연은 '최고다 당신'으로 시작해 '그대는 나의 모자람을 미소로 채워 주고 감싸주는 유일한 사람', '토요일 밤에', '뱀이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신나는 노래를 메들리로 불러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짠짠짠'을 부르며 등장한 김희재는 중년의 애절한 사랑 고백을 담은 '미안하오'에 이어 분위기를 확 바꿔서 '따라 따라와'를 열창한 후 ‘풍악’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트로트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다음 무대는 박서진이 맡았다.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으로 무대를 연 박서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라면서 "성공했구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신나는 장구 퍼포먼스와 함께한 '꽃이 핍니다'에 이어 '대지의 항구', '18세 순이', '청춘을 돌려다오'를 메들리로 불러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마무리는 '호랑나비'. 생수를 머리에 부은 후 장구를 치면서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흥에 관한 한 명불허전이었다.

정동원의 순서에서는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두 손을 흔들며 등장한 정동원은 첫 곡으로 '나는 피터팬'을 선보인 후 '물망초', '누가 울어'을 연이어 불렀다. 잠시 목을 축인 그는 "중년 팬들이 모두 나를 '오빠'라고 한다"면서 "'오빠'라고 불러주시면 노래를 시작하겠다"고 너스레를 떤 후 마지막 곡 '오빠 한번 믿어봐'와 '날 봐, 귀순', '옆집 오빠' 등 오빠메들리를 열창했다.

장민호는 등장부터 매력이 넘쳤다. '남자는 말합니다'를 부르며 등장해 여심을 홀린 그는 "이런 무대는 처음 서보는 것 같다"면서 "귀하신 여러분들 모시고 노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품격 있는 멘트를 선물했다. '저어라', '무뚝뚝'에 이어 화려한 춤과 함께 '대박 날 테다', '읽씹 안 읽씹', '가난한 남자'를 메들리로 불렀다.

이찬원의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편의점'으로 무대를 시작한 이찬원은 "대구가 낳고 대구가 키운, 대구의 자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메밀꽃 필 무렵'을 연달아 불렀다. 대구가 배출한 스타답게 객석에서 "이찬원"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영탁씨와 무대 뒤에서 '우리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월드컵경기장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을까'라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 공감했다"는 이야기를 전한 뒤 '진또배기'로 대구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구었다.

다음 무대는 귀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주인공 영탁이었다. '누나가 딱이야'로 첫 무대를 시작한 영탁은 "시원하게 해드리겠다"는 멘트 후 청량한 목소리로 '막걸리 한잔'을 열창했다.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부른 후 마지막 곡으로 '찐이야'를 선물한 뒤 장윤정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장윤정은 '꽃'을 시작으로 '목포행 완행열차', 관객을 모두 일으켜 세워 춤추게 하면서 '사랑아', '짠짜라'로 초대형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은 오후 10시30분이 훌쩍 넘겨서야 끝이났으나 관객은 4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켰다.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종희(77)씨는 "생일을 맞아 공연장을 찾았는데, 기대보다 몇 배나 더 좋았다"면서 "이런 공연이 더 자주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성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장헌(65)씨는 "코로나19 극복기원을 넘어 대구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콘서트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오늘 경북에서도 손님이 많이 왔다. 통합신공항 등 대구경북이 함께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화합의 자리가 더 자주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김승수·홍석준·구자근 국회의원,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 김진열 경북 군위군수, 조현일 경산시장, 임성훈 DGB대구은행장, 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코로나 극복과 대구발전을 기원했다.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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