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밤중에 우크라이나 서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20명이 사망하고 40명 가까이 다쳤다.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라 사상자는 더 늘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군이 흑해 요충지 뱀섬(즈미니섬)에서 철수한 직후 폭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군사 작전 실패에 대한 ‘분풀이’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오데사에서 서남쪽으로 50㎞가량 떨어진 세르히우카 마을 9층짜리 아파트와 리조트에 러시아 미사일이 날아들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주민 2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어린이 4명과 임신부 1명 등 38명은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대는 건물 잔해를 헤치며 생존자와 사상자를 찾고 있다. 폭격당한 건물에는 152명이 살고 있었고, 41명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헨 예닌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은 “폭격 현장에서 생존자를 더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도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흑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흑해에 접한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해상 무역 70%를 담당하는 최대 물동항이자 전략적 요충지 중 한 곳이다. 앞서 4월 23일에도 러시아 순항 미사일이 주택가에 떨어져 생후 3개월 영아를 비롯해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고, 5월 9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호텔과 쇼핑몰을 강타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이 뱀섬을 탈환했다고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져, 러시아군이 뱀섬을 내준 데 대한 분풀이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본토 서남쪽 끝에서 48㎞, 오데사에서 128㎞ 떨어져 있는 뱀섬은 흑해 제해권 장악에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루마니아, 몰도바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철수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공격을 견디다 못해 밀려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는 개전 첫날인 2월 24일 흑해 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를 보내 뱀섬을 점령했다. 당시 섬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수비대원들이 모스크바호의 항복 요구에 “꺼져라”라고 응수하는 무전 내용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병사들은 저항의 상징이자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기념우표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