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에서 실종됐다가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10)양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을 향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방파제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바닷속에서 인양된 차량의 변속기가 'P(주차)'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보다는 차에 있던 운전자가 기어봉을 건드려 'D(주행)'에서 P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국항 방파제에서 약 80m 떨어진 가두리양식장 해상에서 찾은 아우디 A6 차량은 물 밖으로 꺼내진 당시 차량의 기어봉이 D가 아닌 P에 놓여 있었다.
아우디코리아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2011~2014년에 출시된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시기 출시된 모델은 기계식 변속기를 쓰고 있었다. 기어를 D→ P단으로 바꾸려면 ①브레이크를 밟고 ②기어봉에 달린 레버를 누르고 ③기어봉을 위로 올려야 한다. 이는 주행 중 뜻하지 않게 기어봉이 D단에서 P단으로 이동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제조사 관계자는 "최신 차량의 전자식 변속기는 외부 충격이나 물에 침수되면서 전자 신호에 오류가 생길 경우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기어가 바뀔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계식 변속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이번 A6 차량이 앞 유리가 깨질 정도로 강한 충격과 함께 물에 들어갔더라도 기어가 D에서 P로 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와 교통사고 관련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기어를 변속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가 물에 빠지더라도 시동이 바로 꺼지지 않을 경우 물속에서도 기어 변속기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영석 한라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부 겸임교수는 "차량이 물에 들어가는 순간에 기어를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침수 당시 운전자가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발과 손에 힘을 주면서 기어봉을 건드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차량과 탑승자 상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견 당시 차량은 뒤집힌 채 차량 앞부분 일부가 갯벌에 박혀 있었다. 또 앞 유리가 깨져 있었고, 트렁크도 열려 있었다. 또 운전석 시트는 뒤로 젖혀져 있었지만, 운전자 조씨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조양과 어머니 이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사고 조사 전문가는 "해당 차량은 전자식으로 잠금 장치가 작동하고 전동 트렁크가 장착됐기 때문에 물에 잠기면서 전자 신호 오류로 잠금장치가 풀리고 트렁크가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갯벌 지형을 보면 방파제부터 경사가 급해지는데 차량이 물에 들어간 이후 양식장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사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량 변속기어가 P단에 놓여 있었던 만큼 방파제에 주차됐던 차량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경찰 측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유나양 부모는 이번 사고 발생 전 '방파제 추락 충격' 외에도 '수면제' '완도 물때'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은 일가족의 차 안에서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2대를 수거하고,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통해 정확한 차량 추락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