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쉬라 해도 안 쉬겠다는 양현종, 3가지 이유는?

입력
2022.07.02 04:30
20면
①투구 밸런스 문제 발생 우려
②외인 투수 공백에 무너진 선발 마운드
③등판 때 느껴지는 동료들의 승리 의지

‘대투수’ 양현종(34·KIA)이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다. 사령탑이 조금만 쉬라고 해도 휴식을 거절한다. 김종국 KIA 감독은 지난 시즌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80.1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무리하지 않고 체력 안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선수 본인은 “아픈 데도 없으니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며 다음 경기 등판을 준비한다.

올해 미국프로야구에서 KIA로 돌아온 양현종은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6차례 선발 등판했다. 1일 현재 양현종보다 많이 선발 등판한 투수는 롯데 찰리 반즈(17번) 1명뿐이다. 소화 이닝은 96이닝으로 벌써 지난해 기록을 훌쩍 넘겼다. 투구 수도 1,474개로 2021시즌(1,292개)보다 많다. 책임감에서 비롯된 올해 성적은 7승3패, 평균자책점 2.72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위치를 지키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한 번쯤 숨을 고를 만도 한데 양현종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개근 의지를 드러냈다. ①먼저 투구 밸런스 문제다. 양현종은 “(한 차례 선발 등판을 걸러)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쉬다가 던지면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성적이 안 나거나 부상이 있어 정상적인 투구가 안 될 때는 팀을 위해 빠지는 게 당연하지만 아픈 곳도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안 빠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②선발 마운드가 무너진 팀 상황도 양현종이 마운드로 계속 향하는 이유다. 지금 KIA는 외국인 투수 2명이 없다. 로니 윌리엄스는 저조한 성적으로 방출됐고, 숀 놀린은 종아리 부상 탓에 7월 말이나 8월 초 복귀가 점쳐진다. 로니의 대체 선수 로버트 파노니는 다음 주 팀에 합류한다. 양현종은 “선발 5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까지 빠지면 팀에 큰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③양현종이 등판할 때마다 느껴지는 동료들의 강력한 승리 의지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KIA는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9승 1무 6패를 기록 중이다. 양현종은 “선수들이 내가 나갈 때 등판하는 경기만큼은 꼭 잡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느껴져 항상 나가고 싶다”며 “서로 많이 지쳐있지만 지금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 넘긴다면 5월처럼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주고 투수가 편하게 경기하는 날이 무조건 또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이 힘겹게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느라 양현종은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달리고 있어도 올스타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KIA는 5월 한 달간 18승 8패로 10개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6월에 10승1무13패로 부진했다. 양현종은 “팀이 잘 나가고 있다면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생각도 하는데 지금은 한 경기라도 더 이겨 즐거움을 줘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올스타전은 그때 상황에 맞춰 즐거움을 드릴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의 패배 의식을 걷어냈다는 점이다. 양현종은 “초반에 약간 위기가 있었지만 (최)형우 형과 (김)선빈이, (나)성범이 등 고참들이 후배들에게 1패, 1패를 분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이 주입시켰다”며 “예를 들어 3연승하고 1경기를 패하면 ‘질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졌다’는 부분에 선수들이 많이 화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어 선수들의 패배 의식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지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