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103억 달러(약 13조 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반기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상ㆍ하반기를 통틀어도 1990년대 외환위기 직전 한국이 사상 최대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시기 이후 25년 만의 현상이다. 지난 6월 무역적자도 24억7,000만 달러에 달해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일 정도로 역대급 무역 역조다.
최근 무역적자의 원인은 명확하다.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3,606억 달러)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87.5%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 중간ㆍ최종재로 가공해 되파는 우리 수출 구조상 원자잿값이 무섭게 오르면 수입액 급증은 피하기 어렵다. 그나마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수출이 상반기에도 반기 기준 역대 최고(3,503억 달러)를 기록하며 버팀목이 됐지만, 수입액 폭증 충격은 막지 못했다.
우려되는 것은 무역적자 장기화다. 무역 역조가 누적되면 한국경제 안정의 기반인 경상수지마저 흑자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 4월 경상수지는 24개월 만에 적자(8,000만 달러)로 돌아섰다. 고령화 등으로 매년 규모를 키우는 재정적자에 더해 경상적자까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 신인도는 물론 외환과 금융시장 전반에까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쌍둥이 적자를 겪은 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이었다.
정부는 “우리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기축통화를 가진 선진국과 무역 상황이 비슷하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무역적자 최소화, 재정적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