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6ㆍ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일제히 시작됐다. 대부분의 서울 구청장들이 계속된 경기침체와 최근 고물가ㆍ폭우 여파로 조촐한 취임식을 연 것과 달리, 일부는 수천만 원의 세금을 들인 ‘성대한 행사’를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 25개구 가운데 20곳은 대관료가 없는 구청 공간이나 구민회관 등 지자체 시설을 활용해 취임식을 열었다. 3곳은 별도 행사도 개최하지 않았다.
강남구와 서대문구는 달랐다. 조성명 신임 강남구청장은 오후 3시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홀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3개층, 1,080석을 갖춘 대규모 극장홀로 하루 대관료만 부가세를 빼고 974만 원이나 된다. 빔프로젝터와 조명 등 각종 무대설치 비용은 따로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강남합창단 등의 축하 공연도 곁들여졌다. 한 시간여 구청장 홍보를 위해 총 5,914만 원이 쓰였다고 구청 측은 밝혔다.
코엑스 취임식은 전례도 없다. 전임 강남구청장들은 대개 강남구민회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고, 직전 정순균 전 구청장 역시 구청 본관 회의실에서 조촐한 행사로 갈음했다. 취임식을 지켜본 구민 A(30)씨는 “양재천은 물이 넘쳐 난리법석인데, 이렇게 호화판 이벤트를 해도 되나 싶다”고 혀를 찼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강남이 유동인구도 많고, 관심이 큰 지역 아니냐”면서 “4년 전 취임식을 열지 못해 새 구청장을 보고 싶다는 주민 의견이 많아 코엑스를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16,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도 오후 홍제동 인왕시장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전통시장을 활용해 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1시간 20분짜리 행사를 위해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일부 도로가 통제됐고 좌석 2,000여 개를 포함한 무대 설치에 2,000만 원 등 모두 3,3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특히 주변에 늘어선 과일가게 상인들은 차량 통제가 지속되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인왕시장에서 30년간 장사를 한 B씨는 “우리가 교통까지 통제하고 구청장 취임식을 하라고 세금을 냈느냐”고 분개했다. 구청 관계자는 “인왕시장을 개발해 서울 서북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구청장의 제1 공약”이라며 취임식 장소 선정에 이 구청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내비쳤다.
이들의 행보는 서울지역 물폭탄 피해 등을 감안해 취임 행사를 취소한 다른 구와 비교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민의 고통을 덜어주려 마련된 예산이나 인력을 불필요한 곳에 쓰지 않겠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도 비슷한 이유로 애초에 취임식을 계획하지 않았고,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폭우안전 점검이 시급하다며 행사를 취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예정된 취임식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