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번째 중동 순방에 나선다. 워싱턴은 중동 순방 목적을 이스라엘의 안보와 번영에 대한 미국의 헌신과 걸프협력회의(GCC)+3(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방문, G7 및 나토 정상회의를 거쳐 중동 순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숨 가쁜 외교 일정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맨 먼저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현재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무너지며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야이르 라피드 임시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이후 서안지구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한 뒤, 사우디의 항구 도시 제다로 가서 본격적인 외교전에 나선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정상화의 희망을 품은 듯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이스라엘에서 사우디까지 곧장 날아간다. 이와 관련 2020년 이스라엘과 UAE가 체결한 아브라함 협정이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파견한 데보라 립스타트 특사가 사우디, 이스라엘, UAE를 방문하며 이 문제를 조율해 왔다. 사우디는 원칙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와 같은 선결 조건이 맞아야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지만, 개혁 성향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흥미롭게도 바이든의 순방을 앞두고 상반된 주장이 지난달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를 달구었다. 미국 중동특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중재함으로써 이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르완 무아셰르 요르단 전 외무장관은 아브라함 협정이 중동의 폭력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정상화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의 이 지역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공조에 주저하면서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러한 바이든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미국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인권과 규범, 가치를 강조해 왔기에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연관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이 과연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내 일부 정치인들은 카슈끄지 살해와 예멘 내전의 인권 문제를 사우디와의 정상회담에서 거론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예민한 문제를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드러난 중동 동맹국들의 냉정함을 다독일 수 있는 현실주의적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도 관심 있게 살펴볼 관전 포인트로 평가된다.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9부 능선을 넘어 협상 타결이 한때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제는 이란 핵합의 실패를 상정한 소위 플랜 B를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든이 중동 순방을 통해 이란 문제 해결 방안을 어떻게 찾아갈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중동 순방을 앞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은 이번 방문이 갖는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바이든이 어떤 결과물을 갖고 귀국길에 오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