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정해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5.1%에는 못 미치지만, 주요 기관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 4%대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3개월간 8차례 이어진 최저임금위 회의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2.9% 올리는 1만890원을 제시했던 근로자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3차례 수정을 거치며 10% 올리는 1만80원까지 요구안을 낮췄다. 사용자위원들은 처음에 1.1% 인상하는 9,160원 요구안을 내놨다가 수정 후 1.86% 인상하는 9,330원으로 올렸다. 이후에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에 부쳤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장했지만,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법정 심의 기한을 10분 남긴 시점이었다.
노사 양측은 모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감안했을 때 동의하기 어렵다”며 날을 세웠다. 양측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노동계는 투쟁을, 경영계는 이의제기를 예고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타당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상률 5%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평균(각각 2.7%, 4.5%)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2.2%)를 빼 도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모두가 박수 치는 최저임금안은 존재하기 어렵다. 유례없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는 노사 모두에게 고통이다. 어렵게 만든 균형점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고통을 나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