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300억 규모의 한일 공동기금 조성'안이 제기된 데 대해 피해자 측 대리인이 "들어본 적이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외교부를 통해 "유력하지도 않고, 일본과 조율 중이지도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 조성을 해서 피해자에게 대위변제하는 안이 제기되고, 심지어 양국 간에 조율 중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게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 모두에게서 듣지 못한 안"이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어 "이게 어쨌든 보도가 됐으니까 사실인지를 외교부 담당자에게 물었는데 유력하게 검토하는 안이 절대 아니고, (일본과) 조율 중이라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걸 명시적으로 확인을 받았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외교부 담당자의 답변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피해자 대리인 입장에서 판단하기에는 해당 내용이 '완전 오보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사실 어딘가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소위 '한일공동기금'안이 논의되는 맥락에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①일본 입장은 "판결 이행으로 비춰질 만한 요소를 절대 타협안에 넣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소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이 돈을 내지 않음으로써 대법원 판결 이행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②한국 입장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변제가 이뤄지는 게 갈등이 지속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조건이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우선 이 판결에 패소한 피고인 일본 기업이 기금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최소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이 기금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이 갔을 때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오면, 결국 피해자들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그냥 관계없는 제3자들이 돈을 만드는 건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②둘째는 일본 기업의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소송이 아니라 역사적인 쟁점들이 있고 또 결국 이게 그 어느쯤에 역사교과서에 담길 내용"이라면서 "어디쯤에서 돈을 만들어서 해결했다라고 끝날 건지, 아니면 일본 기업들이 어쨌든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했고, 그 이후에 한일 양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남길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판결이 선고됐으면 패소한 피고가 판결을 이행해야 하는 게 원칙인데, 일본 정부가 계속 이행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했다"면서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건 일본 정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