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가 전장연 요구 지지, 시위는 61%만 공감

입력
2022.07.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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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인식]

지난 2021년 12월 어느 아침 출근길,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서울지하철에 탑승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였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지난 6월 27일, 31차까지 진행되었다.

시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장연은 주로 아침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어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지하철이 붐비는 출근 시간대에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며 비난하는 시민도 있는 반면,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며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6월 3일~6일 만 18세 이상 남녀 929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이동권 및 시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장애인 인권 관심도, ‘장애인 이동 애로’ 공감도 높아

일반인들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응답자의 71%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아동 및 청소년 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82%)보다는 낮지만 여성인권(69%), 성소수자인권(28%)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보다는 높다. 또한 장애인에게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 도울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86%에 달했다. 장애인을 각각 직장 동료, 친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도 70%에 가까웠다.

장애인 차별과 이동권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일가? 전체 응답자의 53%가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장애인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17%)보다 세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또한 ‘장애인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데에도 80%가 동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5%)을 크게 앞섰다. 당위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인권 개선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를 이루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포용하려는 의향 또한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장연 시위의 배경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 지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한 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해 내건 주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저상버스 확대 도입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8%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한 광역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시외·광역·고속버스 저상버스 확대 운영 등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5%가, 시·군·구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예산 지원에 대해서도 8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이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지지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조치가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견 또한 높았다. 저상버스 확대 도입이 장애인의 이동 편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75%였으며,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체계 마련은 66%가, 시·군·구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예산 지원은 67%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전장연 시위에 공감한다’는 61%, 상대적으로 낮아

‘장애인 이동권 확충이 필요하다’ 라는 대의, 그리고 이와 관련해 전장연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공감하였다. 그런데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묘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진행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혹은 그렇지 않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가 공감한다고 답했고, 39%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위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 확충에 공감 및 지지한다는 응답에 비해 전장연 시위 자체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20%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주장 이해할 수 없다’ 50%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35%


이유는 무엇일까? 전장연 시위와 관련하여 상충되는 두 가지 진술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가까운지 물었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에 가까울수록 1점에, ‘일부 시민이 불편을 겪더라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의견에 가까울수록 5점에 가깝게 응답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1점, 2점 응답자)이 50%로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응답(4점, 5점 응답자, 29%)보다 21%포인트 높았다. 응답 결과를 점수로 계산했을 때 평균 점수는 2.7점(5점 만점, 3점이 중간)으로 나타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35%)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23%)보다 높았다(변화 없었다 42%). 특히 전장연의 시위를 직접, 혹은 가까운 지인이 경험한 적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는 절반 가량이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진행한 시위 방식,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 행위에 대한 반감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만 시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도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에는 다수가 공감을 하였다. 즉 시위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일 뿐, 시위의 배경이나 시위에서 요구하는 내용까지 비판적인 시각은 아닌 것이다.


장애인을 지인으로 둔 경우 시위 공감도 높아

장애인에 대한 관계성과 관심 수준 또한 전장연 시위에 대한 공감 및 평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다는 응답자의 68%가 전장연의 시위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없다는 응답자의 공감 응답(56%)보다 높았다. 또한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있다고 답한 사람 중 28%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는데, 이 또한 장애인 친구나 가족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응답(39%)보다 낮은 것이다.


또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고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을 도울 의향이 높은,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자도 70%가 전장연의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자의 공감도(47%)보다는 높았다. 이런 수치들은 장애인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장애인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질수록 이해의 폭과 공감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반감이 적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인 만큼, 이미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예산 확보와 법률 마련 등 제도적인 뒷받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송승연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