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옛 친이계(친이명박계)가 형집행정지를 계기로 8.15 광복절 특사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과 연이 많은 분들 위주로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며 “8월 사면은 상당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은) 고령이고 지병도 있어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인권적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이 정치 보복의 일환으로 잡아간 것”이라며 “대게 대통령이 취임할 때 취임사면을 대대적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안 했으니 8.15사면 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결정이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사면복권 조치도 조속히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사면을 언급하는 등 여권 내에서는 이 전 대통령 사면론에 군불을 떼는 모양새다.
한 전 총리는 전날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라고 할까,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본인이 고령이시고 그 형을 다 하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것은 만시지탄”이라며 “뒤늦게나마 바른 결정을 해준 윤석열 대통령님에게 감사 드리고, 8ㆍ15 특사로 잘못된 정치 보복을 부디 바로잡아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비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7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 형집행정지 수용으로 1년 7개월간 이어졌던 수감생활이 ‘일시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형집행정지는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등의 사유에 한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 형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사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면 수형자는 다시 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