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슬람력으로 1443년 12월 성지순례월이 시작되는 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렵게만 여겨졌던 성지순례가 지난해에 이어 조심스럽게 정상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미 코로나 이전 순례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순례에 나설 수 있도록 세계 각국에 순례 인원을 배정, 18억 무슬림의 순례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슬림들은 성지순례월이 다가오면 메카 성지를 향해 순례를 떠날 사람이든 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으로 순례가 어려운 사람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하나님을 향한 성스러운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성지순례월을 맞이하여 가족 친지들과 함께 나눌 기쁨과 희망으로 부푼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성지순례를 위하여 메카를 방문한 무슬림은 일상의 옷을 벗어던지고 '이흐람(Ihram)'이라고 부르는 두 개의 흰 천으로 몸을 가린다. 그리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식을 실천하며 현세야말로 지극히 한정적이며 언젠가 생을 마감할 그날이 오면 자신이 소유한 모든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다 버리고 오직 두 조각의 천으로 몸을 가리고 내세에 임하게 됨을 알게 된다. 또한 성지순례는 인종과 피부색, 빈부귀천을 초월하여 모두가 심판받게 될 그날을 연상하며 서로 다른 수백만 명의 무슬림들이 메카 성지에 모여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그들의 눈물과 땀이 신앙으로 승화되는 장대하고 웅장한 경배 행위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순례자는 영적인 감동이 극대화되어 순례기간 중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진실한 믿음으로 완전한 귀의를 확신한다.
성지순례월(이슬람력 12월)의 1일부터 10일은 하나님께서 무슬림들에게 주신 기회의 날들이며, 이 기회를 통해 무슬림들은 진정한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을 체험해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선지자 무함마드는 이날들을 칭찬하여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선행은 이날들에 행해지는 것들이며, 이날들보다 더 나은 다른 어떤 날도 없다'고 했다. 그의 교우들이 그날들에 행해지는 선행이 지하드(성전)보다 더 값진 것인가에 대해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어떤 사람이 그 자신과 그의 재산을 가지고 성스러운 하나님의 길에서 지하드에 참석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보다 더 나은 선행은 없다'고 그날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들 중 9일째 되는 날은 순례를 거행하는 무슬림들이 메카 성지의 아라파트 대평원에 머무는 날인데, 그날은 다른 어떤 날들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부여된 날이다. 무함마드의 언행록에는 무슬림들이 이날 행하는 하루의 단식은 그 이전 한 해 동안 있었던 모든 죄를 사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라고 전한다. 또한 10일째 되는 날은 성지순례의 최고 절정을 이루는 희생제 축제일(Eid Al-Adha)로 메카를 방문하여 순례에 임하는 무슬림이든 또는 순례를 떠나지 못한 무슬림이든 누구나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이브라힘과 이스마일의 숭고한 신앙심을 기리고 자신의 신앙을 재충전하는 중요한 날이다.
이슬람은 이처럼 일상의 삶을 통해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와 시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가 매일 근행하는 예배는 물론 라마단 달의 단식, 그리고 성지순례월에 주어지는 10일간의 중요한 기회 또한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에게 주신 고귀하고 소중한 선물이며 이 기회를 통해서 무슬림들은 그분의 은총과 참된 구원을 강구할 수 있다. 또한 무슬림들에게 이러한 기회는 그들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며 그들이 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