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경찰국(가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 통제안에 전방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찰국 출범 데드라인을 8월 말로 못박은 데 이어, 연일 ‘공룡’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며 장관이 직접 대국민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장 공백’ 상태에 놓인 경찰 지휘부는 행안부의 속도전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지휘부의 대응이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은 폭발 직전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뿐 아니라 정보도 독점하고 있고, 2024년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까지 넘어온다”면서 경찰의 권력집중을 대놓고 비판했다. 경찰 통제의 정당성을 강조한 전날 브리핑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내달 15일 최종안→시행령 개정→8월 말 출범’이라는 경찰국 신설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여론수렴은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통제안 논의를 위해 범(汎)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경찰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경찰의 독립성 훼손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 역시 굽히지 않았다.
이 장관의 ‘마이웨이’ 선언에도 경찰 지휘부는 침묵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청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은 이날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어 대응 전략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회의가 끝난 후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관련 진행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공유했다”는 의례적 입장만 공개했다. 앞서 21일 행안부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 직후 경찰청 차원에서 통제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김 청장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었다. 경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기문란’ 질책에 더해 그나마 강경파였던 김 청장마저 중도 하차하면서 수뇌부 내 구심점이 사라진 모양새”라고 말했다.
사실 지휘부를 구성하는 치안정감 7명 중 6명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명된 인사들이고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기도 해 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지휘부가 일괄 사표를 내는 집단항명을 지금 경찰에선 상상할 수 없다”면서 “행안부 시나리오대로 통제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지휘부의 무기력이 도드라질수록 현장의 분노는 임계치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지역 경찰관 A씨는 경찰 내부망에 ‘치안정감님들께’라는 글을 올려 “(경찰청장) 러브콜을 받으시거든 고사해달라”며 “경찰 수장이 행안부 장관의 ‘꼬붕(부하)’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다하지 않으신 분은 경찰 역사의 이완용이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경찰관 B씨도 “경찰 고위직에 있는 자들은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경찰과 국민을 욕되게 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면목으로 13만 경찰관들을 대할 것이냐”라고 지휘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