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안 왔는데…장맛비와 함께 휘몰아치는 강풍, 왜?

입력
2022.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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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 공기 덩어리의 좁은 틈 때문
북쪽 저기압-남쪽 고기압 가까워 강한 바람
30일까지 강풍 지속… 29일 밤 더 심해져

장마와 함께 연일 전국 곳곳에서 강풍이 불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는 순간풍속 21.6m/s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강원 설악산에는 무려 37.7m/s의 강풍이 몰아쳤다.

지난해 9월 제14호 태풍 '찬투'가 제주도를 강타했을 당시 순간풍속 25m/s 안팎의 강풍이 불었던 점을 감안하면 태풍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능가하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28일에만 수도권과 전남, 충남, 강원, 경남, 울릉도·독도 등 60곳이 넘는 지역에서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 14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m/s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이번 강풍은 바람이 불 때 창문을 조금만 열어두면 좁은 틈 사이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현재 한반도 남동쪽에는 고온다습한 고기압이, 북서쪽에는 차고 건조한 저기압이 각각 위치해 있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데, 양쪽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 일치한다. 그래서 한반도의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각각 차갑고 뜨거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기단(공기 덩어리)이 가까이 붙으면서 바람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졌다. 같은 방향의 바람이 기단 사이의 좁은 틈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빨라진 게 이번 강풍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같은 양의 물이 흐를 때 폭이 좁을수록 유속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상청은 이 같은 강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풍특보가 발효된 수도권과 충남서부, 제주도산지 등에는 29일 오전까지 순간풍속 20m/s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됐다. 산지 지역의 바람은 25m/s 이상으로 예측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29일 저녁 무렵 남쪽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좁아지면서 강풍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30일까진 강풍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15년 만에 6월 열대야가 발생했던 서울은 27일에도 열대야가 발생했다. 26일 일 최저기온이 25.4도였는데 27일엔 25.8도로 새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수원은 하루 최저기온이 26일 25.1도에서 27일 27.7도로 크게 상승했고, 원주도 전날보다 1.9도가량 오른 27.4도를 기록됐다. 전국 17개 지역에서 6월의 하루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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