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지사 '2인자'는 경제 전문가 "먹고 사는 문제 집중"

입력
2022.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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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임명한 김진태 강원지사
홍준표 시장, 기재부 간부 출신 영입
정치인 출신도 경제 경험한 인사 중용
"경기침체로 먹고 사는 문제 가장 중요"

민선 8기 시도지사 임기가 1일 시작됐다. 새로 취임한 도백 상당수는 이미 취임 전부터 부지사와 부시장 등 '2인자' 인사를 단행했다. 정무직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4년의 도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들이 다수 중용됐다.

삼성 임원 등 경제인 중용 분위기


새 광역단체장들의 인사 포인트는 주로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경제부지사에 정광열 삼성전자 부사장을 내정했다. 삼성에서 반도체 부문 전무를 거친 이력의 소유자다. 도내에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업 유치와 함께 삼성의 조직 문화를 도에 이식하기 위한 목적이 함께 깔려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지사는 당선인 신분 때부터 종이 결재와 서명 문화를 없애고, 24시간 내 결재하지 않으면 자동결재가 진행되는 ‘획기적인 결재문화’ 도입을 언급했다. 정 부지사를 통해 이런 조직혁신을 구체화시키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전문 경영인 영입은 올해 출범 10년을 맞은 세종시에서도 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달 22일 정무부시장에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명예회장을 내정했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이 부시장은 충남기계공고 졸업 후 바로 경제 현장에 뛰어든 100억 원대 매출 기업인이다. 현재 창업가를 컨설팅하는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를 운영 중이다. 이 부시장은 최 시장의 핵심 공약인 ‘미래 전략 도시’ 구축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시장은 취임 후 조례개정을 통해 현재 정무부시장으로 된 직책명을 경제부시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선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 기능이 선결돼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 출신을 영입한 사례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0일 이종화 전 기재부 개발금융국장을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기재부 물가정책과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선임행정관,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등을 지낸 이 부시장을 통해 대구시 경제정책에 차별화를 두겠다는 홍 시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정치인 출신들도 경제 감각 갖춘 인사가 인기


넓은 인맥과 고도의 정무 감각을 자랑하는 정치인 출신 발탁도 그 인기가 여전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기업인 마인드를 겸비한 정치인 출신의 중용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울산이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경제부시장에 안효대 전 의원을 내정했다. 울산동구에서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경영지원본부를 거친 인물이다. 김 시장은 "안 부시장이 대기업에서 근무한 실무경험이 있고,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경제계·학계와도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어 중앙부처와 국회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일류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운 이장우 대전시장은 과학부시장직 이름을 경제과학부시장으로 바꾸고 그 자리에 언론인 출신의 이석봉 대덕넷 대표를 내정했다. 이 시장은 “이 내정자는 글로벌 경제마인드를 갖춘 언론인 출신 기업인"이라며 "행정·국제정책·과학정책·언론 등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창의적 마인드, 혁신적 아이디어 등으로 대전이 앞으로 글로벌 일류 경제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수행할 최적임자"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부지사·부시장 인사와 관련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나라 안팎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운전대’를 넘겨 받는 시도지사들 입장에서는 경제 문제에 우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아직 공석인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2인자에 경제 전문가들을 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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