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비자들 비행기 안 타고도 한국 면세품 산다...첫 온라인 해외 판매 시작

입력
2022.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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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29일 온라인 역직구 쇼핑몰 오픈
신라면세점 알리바바 자회사와 손잡고 중국 배송 공략


'면세품은 오프라인 면세점에서'라는 공식이 깨졌다. 29일부터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면세점에 오지 않고도 설화수 같은 한국 화장품을 온라인 면세점 쇼핑몰에서 면세가로 살 수 있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객이 크게 줄고 면세업계의 매출이 부진에 빠지자 3월 관세청이 해외 거주자에게 국산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면세 역직구'를 허용했고, 각 면세점들이 그동안 준비를 마치고 '온라인 역직구 쇼핑몰' 문을 열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가장 빠른 29일 면세점 역직구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일본·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홍콩 등 9곳에서 온라인으로 화장품 등 220여 종류의 상품을 구입해 받아볼 수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다음 달 중 중화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역직구 쇼핑몰을 열고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하반기에 중국어와 영어 기반 역직구 쇼핑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는 전 세계 면세업계에서도 첫 시도다. 중국의 경우 대표적 면세특구인 하이난에서 내국인 방문객에게만 한시적으로 온라인 면세품 구입을 허용했다. 정부가 한국을 오지 않은 해외 소비자에게 면세품 판매의 문을 열어준 것은 면세업계 침체의 늪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올해 엔데믹 국면에도 불구하고 1분기 롯데면세점 영업손실은 753억 원에 달했고, 유일하게 신라면세점만 1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 대비 70% 감소한 수치다.



신라면세점, 중국 배송 안전성 위해 물류 플랫폼 손잡기도


앞으로 해외 관광객의 손이 아닌 배송 기사의 손에 '면세점 쇼핑백'이 들리게 되면서 면세점은 배송 안전성 유지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신라면세점은 면세업계 처음으로 중국 물류 플랫폼인 차이냐오(Cainiao Network)와 국산품 온라인 해외 판매(역직구)에 대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다음 달 중 중국몰에서 국산품의 역직구 해외판매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국산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 위주의 상품 300여 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이냐오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로, 중국 소비자가 주문한 신라면세점 상품을 소비자에게 책임지고 보내는 역할을 맡는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파손과 분실 위험이 있는 EMS(국제특급우편)와 달리 전문 물류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통관 안전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환율로 면세점 일부 품목이 백화점이나 온라인몰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고전을 이어가는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온라인 해외 역직구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① 같은 상품이라도 면세품은 15%가량 저렴하다는 강점에 ② 한국 면세점에서는 정품만 다룬다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중국 직구족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의 사업인 만큼 기대감이 높다"며 "대신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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