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상승률이 6%까지 돌파할 거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 어려움을 감안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경영계에 요청했다. 실질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이 임금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릴 거란 지적이 잇따르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추 부총리는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 조간 간담회를 열고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며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할 것“이라며 고임금·고비용 구조 아래에선 기업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노력으로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주길 각별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올해 4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중소협력사와 취약계층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 고용을 확대해줄 것을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이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 △파견근로 허용 제한 해제 및 계약직의 계약기간 4년으로 확대 등 노동 개혁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간담회에는 손 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 SV위원장,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등 27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