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과 백내장은 대표적인 연령 관련 눈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동시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두 눈 질환은 병 진행 과정과 치료법이 달라 녹내장 치료를 받아왔다면 본인의 치료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담당 의사와 상의해 눈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완치하기 어려운 녹내장(綠內障)은 진행 속도를 늦추도록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반면 백내장(白內障)은 수술이 유일한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녹내장은 약물 치료를 우선해 안압을 조절하고, 약물 치료가 어렵거나 효과가 없으면 레이저 시술이나 수술을 시행한다. 반면 백내장은 우선 경과를 관찰한 뒤 수술을 시행한다.
따라서 두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면 각 질환 경과에 따른 상호보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 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에 백내장이 발병했다면 그 동안 치료 과정을 알고 있는 녹내장 담당 의사와 치료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향후 치료 순서와 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수술할 필요가 없지만, 백내장은 수술이 필요하다면 백내장 수술 시 안압을 조절할 수 있는 미세 스텐트(stent)를 함께 삽입할 수 있고, 혼탁이 제거되면 녹내장 진료 때마다 받는 검사 정확도도 높일 수 있기에 녹내장 경과 관찰에 이점이 있다.
또한 '폐쇄각 녹내장'이라면 백내장 수술 후 혼탁한 수정체가 깨끗한 인공 수정체로 대체되면 전방각이 넓어지고 방수 배출이 원활히 돼 안압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눈의 구조적인 문제로 전방각이 닫혀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급격한 안압 상승으로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한다.
반면 백내장은 초기여서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인데 녹내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 녹내장 수술 후 최소 6개월이 지난 뒤에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 수술 후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 반응이 영향을 미쳐 녹내장 수술 후 치료 과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야가 거의 손실된 말기 녹내장 환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에는 조금 밖에 남지 않은 시야까지 완전히 소실될 수도 있으므로 녹내장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녹내장 환자의 백내장 수술법은 일반 백내장 수술과 같다. 백내장으로 인해 혼탁해진 본인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다만 그 종류 선택에는 제약이 있다. 녹내장 환자는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대비 감도가 떨어져 있을 때가 많은데, 다초점 인공 수정체 중 일부는 대비 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눈 상태를 고려해 택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녹내장 치료를 위한 약물도 점검해야 한다. 사용되는 약물이 수술 후 황반부종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녹내장 치료의 1차 약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제제는 포도막염을 앓은 경우, 망막박리 수술을 받았거나, 망막 앞막이 있으면 백내장 수술 후 황반부종과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녹내장 전문의가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을 의아해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녹내장과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할 때에는 녹내장 환자의 질병 내력을 잘 알고 있는 녹내장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환자 상태에 걸맞은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