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27일 경찰국(가칭) 신설 방침을 공식화하고,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경찰 통제’ 논란은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숨죽이는 지휘부와 달리 일선 경찰관들의 공개 항명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르면 금주 중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은 쪼그라든 경찰 위상을 재정립하고 내부 반발을 다독여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을 전망이다.
이날 경찰업무조직 신설 방침을 확정한 행안부 발표와 김 청장 사퇴 소식이 동시에 터져 나오자 현장은 오전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소속 경찰관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직협은 또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경찰 통제안의 ‘원점 재논의’를 주장했다. 50여 명의 경찰관들은 가슴에 ‘경찰 중립성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라고 적힌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망에도 “동지여 일어나라” 같은 제목의 격문이 쏟아졌다. 서울지역 한 경찰관은 치안감 인사 번복은 국기문란으로 질타하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인사는 칭찬하는 윤 대통령 발언을 꼬집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탓에 검경을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김 청장 사의 표명을 계기로 지휘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경찰관은 “총경 이상 지휘부의 침묵은 현장 경찰관들이 행안부, 지자체의 노비가 돼도 보호해줄 생각이 없다(는 의미)”라고 직격했다.
수그러들지 않은 일선의 항명은 새 청장이 임명돼도 불안한 경찰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신임 청장 지명 절차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미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명 시기는 윤 대통령이 해외 출장에서 귀국하는 내달 1일 직후가 유력하다.
하지만 상당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1호’ 경찰 수장으로서 구체화할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협조하면서,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잠재워야 한다. 취임 초부터 서로 모순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 한 경찰관은 내부망에 “신임 청장님은 정부를 위해 계실 분인지, 경찰 조직을 위해 계실 분인지”라며 택일을 강요하기도 했다. 경정급 간부 A씨는 “후보군 모두 현 정부에서 영전하고, 경찰국 신설 논란 국면에서 침묵한 인사들이라 기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누가 되든 경찰 전체 조직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유력 후보는 크게 세 명으로 압축된다. 경찰 안팎에선 업무 연속성을 감안해 ‘넘버2’ 윤희근(54ㆍ경찰대 7기) 경찰청 차장의 직행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다만 앞선 두 번의 청장 모두 경찰대 출신이었고, 현 정부의 ‘경찰대 견제’ 기조를 고려할 때 행정고시 출신 김광호(58ㆍ행시 35회) 서울경찰청장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우철문(53ㆍ경찰대 7기) 부산청장 역시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