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법무부는 27일 "헌재에 9월 10일 시행 예정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청구인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나섰다. 김석우 헌법쟁점연구 태스크포스(TF) 팀장과 평검사 대표회의에 참석한 검사 등 일선 검사 5명도 이름을 올렸다. 권한쟁의심판과 함께 개정법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신청이 인용되면 헌재의 본안 판단 전까지 법 효력이 정지된다.
국회는 지난 4, 5월 검사의 직접 수사대상을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대폭 축소하고, 수사개시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수사-기소 분리 조항'이 담긴 개정법을 의결했다. 경찰 송치 사건 보완수사도 동일한 범죄사실에 한해 가능하도록 하고, 고발인의 경찰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제외했다.
법무부는 '헌법쟁점연구 TF'를 꾸려 대검 공판송무부와 함께 법안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해왔다. 이를 통해 절차와 내용에 심각한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일각에선 검찰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 아니란 점에서 '권한쟁의심판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으나, 법무부와 검찰은 한 장관을 청구인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해소했다는 주장이다. 한 장관은 "필요시 직접 헌재 변론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0일 이내'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개정법 시행이 9월 10일로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더 이상 심판 청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주요 보직이 채워진 만큼, 하반기 최대 현안인 검수완박법안 해결을 미룰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개정법의 절차적 위헌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위장탈당을 통한 안건조정 논의 봉쇄와 안전조정 절차 무력화 △회기 쪼개기 등으로 본회의 무제한 토론 절차 형해화 △상임위 본회의 상정안과 무관한 수정동의안 제출 등 국회가 '합리적 토론을 거치지 않으면서 실질적 다수결 원칙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역시 국회의장을 상대로 의원 개개인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개정법의 내용 역시 헌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 직접수사 범위 축소로 인한 수사 공백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며 △경찰이 송치하지 않는 사건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공소기능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는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으로 결국 국민 권익이 침해될 것이란 주장도 펼 예정이다.
한 장관은 이날 "(개정법은) '위헌적 절차'를 통해 통과된 '위헌적 내용'의 법률"이라며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0년간 유지돼온 형사사법 절차를 바꾸며 공청회 한 번 안 한 입법이 있었나"라고 반문한 뒤, "2022년에 이런 동기와 절차로 이런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한민국 헌법이 허용할 것인지 국민과 함께 진지하게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