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정보통신(IT) 기업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메타버스 시대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PC에서 제한적으로 구현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가상의 콘텐츠를 현실처럼 구현할 수 있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기가 필요하다. 이에 주요 IT 기업들은 앞다퉈 VR·AR 기기를 출시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초 첫 번째 소비자용 AR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사양에 대한 소문도 돌면서 애플의 새 제품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거먼은 이날 애플의 새로운 헤드셋에 M2 칩과 16기가바이트(GB) 램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M2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 성능을 보여주면서 업계에선 '괴물칩'으로 불리는 프로세서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AR 기술과 관련해 우리가 본 기회 때문에 아주 흥분된다"며 "계속 지켜보면 우리가 제공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 넘친 어조로 밝혔다. 이미 애플이 AR 헤드셋의 시제품을 완성, 이사회에서 선보였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일찍부터 VR·AR 시장에 뛰어들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 메타가 2020년 10월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지난해 이미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넘어섰다. 2019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VR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생태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1,000만 이용자를 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 3세대'가 출시된 2008년 애플의 아이폰 전체 판매량이 1,163만 대인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메타는 올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저커버그 CEO는 16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퀘스트2'보다 2.5배가량 뛰어난 해상도를 제공하는 '버터스카치' 등 헤드셋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2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대 후반에는 10억 명 정도가 메타버스 상거래를 하면서 수백 달러씩 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삼성전자, 퀄컴과 함께 AR·VR 기기를 개발 중이다. MS는 2016년 AR 안경 '홀로렌즈'를 출시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산업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쓰였다.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이 AR·VR 기기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엄청난 성장성 때문이다. 매킨지는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 최대 5조 달러(약 6,400조 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업계에서는 애플의 시장 진입 시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보다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압도적 성능을 구현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를 위해 애플은 2015년부터 매년 1개 이상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왔다. 이에 애플이 아이폰3세대를 출시한 이후 수많은 스마트폰 앱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메타버스 생태계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한 새 제품은 애플 충성 고객의 선택을 어렵지 않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이폰이 수많은 IT기기를 스마트폰으로 통합했던 것처럼 VR·AR 헤드셋이 TV, 스마트폰, PC를 대체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