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품종 일색 딸기, 이젠 로열티 받고 수출한다

입력
2022.06.27 11:00
경북농업기술원이 육성한 '싼타'
국내 최초 로열티 받고 해외 수출
지난 10년간 로열티 수입 6,600만 원
금액 크지 않지만 종묘주권 확보 의의


딸기는 원래 5, 6월에 주로 먹던 초여름과일이었지만, 지금은 품종개량과 시설재배기술의 발달로 11월부터 나오는 겨울 과일의 대명사로 부상했다. 1990년 연간 국내 생산량이 10만톤 정도이던 것이 최근에는 20만톤 내외로 급증했다. 그 사이 커피는 물론 각종 과일음료와 케이크 등을 취급하는 ‘카페’로 우후죽순 생겼다. 겨울ㆍ봄 시즌에 각종 딸기음료를 취급하지 않으면 카페 취급도 받지 못할 정도가 됐다. 딸기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과일 반열에 오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재배면적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생산량은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재배 딸기 품종 대부분은 일본산이었다. 육보나 장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딴판이다. 설향 죽향 킹스베리 싼타 알타킹 등 국산 품종이 90% 이상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에 가입한 2002년부터 농민들은 막대한 로열티를 내야 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과 각 지역 농업기술원이 국내 재배환경에 적합한 고품질 신품종 육종에 주력했고, 병해충에 강하고 맛이 좋은 품종을 잇따라 개발한 덕분이다.

이 중 경북도 농업기술원이 육성한 싼타는 국내에서 최초로 해외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한 딸기 품종이다. 스페인 종묘회사인 유로세밀라스(Eurosemillas) 등 해외 4개 업체와 전용실시권을 계약, 지난 10년간 6,600만 원의 로열티 수입을 올렸다. 금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일본산 일색이던 딸기 재배현장에서 이를 몰아내고 국산으로 대체한 것을 넘어 수출까지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싼타로 인한 로열티 수입의 대부분은 중국애서 나왔다. 5,000만 원이다. 싼타는 수확시기가 빨라 중국에서는 성탄절에 맞춰 수확ㆍ판매해 성탄홍(聖誕紅)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알타킹’, ‘허니벨’, ‘베리스타’품종도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에 전용실시를 해 약 1,700만원 로열티를 받았다.

김천을 중심으로 많이 재배하는 알타킹은 동남아에서 프리미엄 딸기로 인기가 높다. 2020년 싱가포르, 태국에 1.9톤을 시작으로 지난해 홍콩, 베트남 등 총 6개국에 35.5톤을 수출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K-베리 프리미엄 품종으로 선정, 수출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1㎏당 3만 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동남아시아에 수출한다.

경북농업기술원은 해외에서 각광받는 싼타, 알타킹과 같은 품종의 우량묘를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지역 딸기 육묘 전문업체인 감로딸기영농조합법인, 굿파머스그룹 등 6개 업체와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신용습 경북도 농업기술원장은 “앞으로 지역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고품질의 딸기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전자농업 기반으로 전환해 수출 주도형 딸기산업으로 육성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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